남북 간 대치상황과 관련한 고위급 접촉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합의의 전제조건으로 분명히 내세웠다.협상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직접 이 같은 발언을 내놓은 것은 그간 계속돼온 대북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를 단호하게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 북한이 도발을 하고서는 ‘하지않았다’는 식의 오리발 행태를 되풀이하며 남북간 긴장을 고조시켜온 것을 더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인 것이다. 그러면서 북한이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할 경우에는 남북 화해를 위한 다양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당근책’도 제시했다. 지난 22일부터 시작된 남북 고위급 접촉이 아직 진행 중인 가운데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고 이같은 입장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를 통해 무엇보다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가 최우선이라는 기존의 원칙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현 사태를 야기한 북한의 지뢰도발을 비롯한 도발행위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가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며 이번 사태의 원인이 북한 측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사과와 재발방지가 없으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는 물론 확성기 방송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번 접촉에 대한 북한측 태도가 우리 정부의 대북 자세를 결정짓는 잣대가 될 것이라는 점을 나타낸 것이다.즉 도발에 대한 솔직한 인정, 사과가 이뤄지면 그에 상응하는 긍정적 조치가 이뤄질 것이지만 그 반대의 경우 강력 대응하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박 대통령은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위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북한이 도발상황을 극대화하고 안보에 위협을 가해도 결코 물러설 일이 아니다”라며 “매번 반복돼왔던 이런 도발과 불안상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확실한 사과와 재발방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어 “그렇지 않으면 정부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고 확성기 방송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정부는 북한의 그 어떤 도발도 강력히 응징할 것”이라며 “하지만 이번에 대화가 잘 풀린다면 서로 상생하면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아울러 “국민 여러분께서도 정부와 군을 믿고 지금처럼 차분하고 성숙하게 대응해주시기 바란다”면서 “아무리 위중한 안보상황이라도 정부와 군 국민들이 혼연일체가 되면 슬기롭게 극복할 수가 있다. 지금의 안보위기도 국민모두의 힘과 의지를 하나로 모은다면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으며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들어갈 수가 있다”고 당부했다.박 대통령은 전역을 연기한 장병들을 들면서 “저는 우리 군을 믿고 우리 장병들의 충성심을 신뢰한다”며 “정치권을 비롯해 우리 모두가 한 마음으로 단결하고 군과 장병들이 사기를 얻을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들의 사기를 꺾고 군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것은 결국 국민의 안위와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박 대통령은 현 남북 고위급 접촉 상황과 관련해서는 “연이틀 밤을 새워 논의를 했고 현재 합의 마무리를 위해서 계속 논의 중”이라며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결과가 나오는대로 국민여러분께 확실한 소식을 전해드리겠다”고 밝혔다.이 같은 박 대통령의 발언은 그간 남북 간 위기와 대화가 반복되면서 별다른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던 기존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내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위기국면이 조성되면 남북이 대화에 나서고, 이후 북측의 애매한 입장표명을 받아들이면서 북한이 어물쩍 상황을 모면하는 식의 합의는 이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 등이 남북 간 협상이 아직 끝나지 않은 채 진행 중인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나서서 이 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에는 제대로 된 합의가 없으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을 북한 측을 향해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박 대통령의 단호한 입장이 협상에 반영되고 북측도 이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를 보이면서 남북 고위측 접촉 역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장시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그러면서도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북한문제뿐 아니라 노동시장 개혁, 선(先)취업·후(後)진학 등 기존 경제분야와 관련한 발언도 빼놓지 않으면서 “국민들께서는 지나친 걱정 없이 경제활동을 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평소처럼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병행해나감으로써 이번 사태로 인해 지나친 위기감이 조성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현 남북 간 충돌의 위기국면으로 흔들리는 경제활동에 있어서도 지나친 걱정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박 대통령은 “우리 경제는 과거와 달리 경제체질 측면이나 글로벌 리스크 대응 측면에서 상당한 수준의 대응능력을 키워왔다”며 이같이 밝혔다.박 대통령은 현 상황과 관련해 “우리 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다양한 글로벌 경제변수가 부상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나 미국 금리인상 움직임에 북한리스크까지 발생하면서 국내 주가를 떨어뜨리고 금융시장이 다소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이어 지나친 걱정을 자제할 것을 당부한 뒤 “북한 도발과 관련해 해외 투자자들이 불안심리를 보일 가능성도 있는 만큼 최근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우리 정부의 대응 등을 정확하게 알려서 불안심리가 확산되지 않도록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아울러 노동개혁을 비롯한 4대 구조개혁에 모든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박 대통령은 “지금 이 개혁을 이루지 못하면 젊은이들의 장래가 어두워지고 우리나라의 미래도 암담해질 수밖에 없다”며 “여기서 조금씩 자기 자리를 양보해주는 용기로 위기를 벗어나는 데 나서주셔야 한다.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고임금정규직의 고통분담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또 “대기업노사가 먼저 사회적 책임의식을 갖고 청년일자리를 과감하게 확대해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며 “기성세대는 조금씩 양보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그럼으로써 미래세대의 일자리 창출 여력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