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에서 벌인 사흘간의 마라톤협상이 마무리단계에서 정체되고 있다. 북측의 추가도발 예고 시한인 22일 오후 5시 직전 ‘대화로 해결’한다는 데 남북이 합의하고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을 갖고 사흘간에 걸친 마라톤협상을 이어갔다. 남북 고위급 접촉에는 우리 측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측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김양건 노동당 비서 등이 참석했다. 남북간 접촉은 22일 오후6시 30분부터 계속 중이다. 남북 대화에서 밤을 새워가면서 회담이 진행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그만큼 회담의 내용이 중요한 때문이다. 이번 접촉에서 우리 측은 북의 목함지뢰 도발 책임 인정 및 사과, 책임자 문책, 재발 방지 방안 마련 등을 시종일관 요구한 것은 당연하다. 북으로부터 무력도발에 대한 시인 및 사과와 명시적인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지 않고 북의 모호한 유감 표명이나 사과로 어물쩍 이번 사태를 봉합할 경우 북의 패악을 바로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북은 우리의 요구에 대해 즉답을 피하면서 우리 측이 북의 도발에 대한 맞대응 차원에서 시작한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거듭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북은 대화에 나서면서도 군사적 긴장을 최고조로 높이는 화전 양면 전술을 구사했다. 북이 보유한 잠수함의 70%인 50여척이 동해와 서해의 기지를 떠나 위치 파악이 안 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북 잠수함의 대규모 기동은 전면전에 대비하는 것으로 해석될 만큼 심상치 않은 동향이다. 뿐만 아니라 휴전선의 포병전력을 2배로 강화했고 침투용 공기부양정을 대거 전진 배치하는 등 회담장 밖의 분위기는 일촉즉발의 살벌한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전무후무한 마라톤협상을 통해 만족할만한 결과를 끌어내지 못했지만 지친 나머지 북측에 끌려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더욱 긴박한 상황에서 전개된 남북간의 대화는 계속돼야 하고 그것을 통해 한반도 평화도 회복을 지속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했듯 회담이 잘 마무리되면 상생과 평화를 위한 최선의 조치가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은 북한이 하기 나름이다. 북한은 이번 사태의 단초가 된 도발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해야 한다. 그것이 북한이 극도의 경제적 궁핍에서 탈피하는 구사일생의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