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분양 시장은 ‘역대급’이다. 특히 하반기를 통틀어 지난 15년간 가장 많은 물량이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활발한 서울부터 택지지구가 포진한 경기도, 전국 청약 열기를 이끄는 대구를 비롯해 전남, 충청 등 전국 각지에 분양 단지가 포진해 있다. 24일 부동산114와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올해 분양 시장의 2막 격인 하반기에는 전국에서 24만2730가구가 공급된다. 19만여 가구가 나와 작년 동기에 비해서도 40%가량 더 많은 물량이 나왔던 상반기가 무색할 정도다. 특히 가을 성수기를 앞둔 이달 이후 분양되는 물량만 18만9142가구로 하반기 전체 물량의 78%에 이른다.시장이 풍성해진 이유는 올해 들어 계속되는 청약 훈풍에 건설사들이 앞다퉈 아파트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김은진 부동산114팀장은 “분위기가 최고조로 오른 올해 안에 물량을 털어내자는 생각에 비수기임에도 공격적으로 분양에 나서고 있다”며 “연말이나 내년 상반기로 분양 계획을 잡아놨던 곳도 두세 달 앞당겨 일정을 밟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실제로 올해 청약 열기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가장 뜨거웠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 분양 아파트의 1순위 청약 평균경쟁률은 9.4대1로 청약 광풍이 불었던 지난 2006년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전세 시장을 피해 내 집 마련에 나서려는 수요자들과 저금리 기조 속에 월세 수입을 생각하는 투자 수요까지 몰려든 결과다. 광복절 연휴가 낀 주말 사흘간 수도권 아파트 견본주택을 찾은 사람들을 단순 합산하면 10만명이 넘는다.서울에서는 재개발 물량을 눈여겨 볼 만하다. 성동구에서는 대림산업이 금호15구역을 재개발해 짓는 ‘e편한세상 신금호’가, 동대문구에서는 삼성물산이 답십리18구역을 재개발해 짓는 ‘래미안답십리미드카운티’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경기도도 만만치 않다. 구리 갈매지구 S2블록에서 현대산업개발이 짓는 ‘갈매역 아이파크’는 1196가구 규모로 이달 분양 시장에 나온다. 총 180여 점포가 들어차는 ‘구리갈매 아이파크 애비뉴’와 함께 복합단지를 이룰 전망이다.용인시 처인구에서는 대림산업이 무려 7400가구의 대규모 단지인 ‘e편한세상 용인한숲시티’ 중 6800가구를 일반 분양한다. 남양주시에서는 대우건설이 짓는 ‘마석푸르지오’가 이달 중에 시장에 나오고 시흥시에서는 우미건설이 짓는 ‘시흥은계지구우미린 1·2차’가 오는 11월 분양 대기 중이다.지방에서는 현대건설이 대구 수성구 황금동에서 짓는 ‘힐스테이트 황금동’, 청광건설이 충남 당진 현대제철 인근에서 짓는 ‘당진송산 청광플러스원’에 이어 양우건설이 전남 나주 남평에 짓는 ‘강변도시양우내안愛리버시티’를 시장에 내놓는다.이처럼 물량이 많이 나오고 시장 분위기가 좋아 보이기는 하지만 마구잡이식 청약은 금물이다.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 정부의 가계 부채 대책을 눈여겨 봐야 하고 공급 과잉에 따른 집값 하락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정부는 지난 7월 22일 내놓은 가계 부채 관리 방안을 내놓았다. 앞으로는 카드 사용 비용 등이 아닌 실질소득 중심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심사해 상환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해준 후 대출받은 돈은 이자와 원금을 나눠 갚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거치기간이 3-5년이었던 것이 1년 이내로 줄어들면서 분할상환해야 한다.특히 전세가 너무 비싸서 하는 수 없이 대출을 끼고 집을 사는 것을 고려 중인 30-40대의 고민이 깊어질 수 있다. 새로 산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하고 그 집을 월세로 놓아 주택 담보대출 이자를 제한 월세 수익과 매매 시세 차액을 모두 노리는 투자자 역시 대출 심사가 강화됐고 원리금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현금 흐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대구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정책과 더불어 공급 과잉 우려가 있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선 집값 하락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입지여건, 분양가 등을 꼼꼼히 따져 옥석가리기를 한 후 청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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