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목함지뢰 도발과 서부전선 포격도발로 초래된 한반도 군사적 긴장 상황을 풀기 위해 열렸던 남북 고위급 접촉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남북이 일촉즉발의 무력충돌 위기를 딛고 남북관계 발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남북은 25일 새벽 43시간에 걸친 마라톤협상에 종지부를 찍고 6개 항에 이르는 공동합의문을 도출했다. 이로써 2008년 금강산 피격 사건과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오랜 교착 상태이던 남북관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데 성공했다.최대 고비는 지뢰폭발사건 등 도발에 대한 북쪽의 시인-사과와 남쪽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 문제였다. 박 대통령은 24일 “매번 반복돼온 도발과 불안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북쪽의) 확실한 사과와 재발방지가 필요하다”고 밝힘으로써 북측을 압박했다. 사흘을 버티던 북쪽이 부족하나마 유감 표시를 한 것은 북측의 중대 변화다. 북쪽은 어쨌든 대북확성기만은 잠재울 필요가 있었다. 그만큼 대북 확성기 방송의 위력이 입증된 대목이기도 하다.그밖의 성과도 적지 않다. 추석 무렵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하고 앞으로도 계속 진행하기로 한 것은 커다란 성과다. 이제는 회담을 정례화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총정치국장을 수석대표로 하는 지금의 ‘2+2 회담’을 남북간 상시대화의 통로로 검토할 만하다. 훈령에 의지하는 방식이었지만 양측 최고 지도자의 대리 접촉이었다는 점도 주목된다. 최고지도자를 대신한 접촉에서 성공한 만큼 정상회담의 길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일촉즉발의 위기감 속에서도 국민들의 의연한 태도는 성공적인 협상에 큰 힘이 됐다. 이번 지뢰 사태가 발발하자 북한은 사실을 부인하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남남 갈등 유발을 획책했지만 우리 사회는 사재기 등 어떠한 동요도 없었고, 일상은 아무 일 없는 듯 평온했다. 오히려 일부 장병들은 어려운 상황을 동료와 함께 하겠다며 전역을 늦추고, 휴가 군인들이 자발적으로 조기 귀대하는 등 종전에 볼 수 없었던 애국심이 확연히 드러난 것이 북측을 압박하는 수단이 됐을 것이다.‘사과’와 ‘재발 방지’를 선명하게 못 박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양측 군사와 안보 실세들이 만나 사흘간의 마라톤협상을 통해 현안을 논의하고 타개책을 도출한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이것이 남북간의 경색된 통로를 활짝 여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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