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활동비가 국회를 공전시키고 있다. 야당이 정부기관의 특수활동비 관련 소위 설치를 요구하면서 28일 열릴 예정이던 국회 본회의가 무산됐고, 이에 따라 이기택 대법관 임명동의안 표결 등도 미뤄졌다. 야당은 “소위 설치 요구를 여당이 일방적으로 거부했다”고 주장했지만, 여당은 “대법원의 한명숙 전 총리 유죄 판결에 대한 화풀이”라고 맞섰다.야당은 지난 18일부터 특수활동비를 문제 삼아왔다. 홍준표 경남지사와 신계륜 새정치연합 의원 등이 국회 특수활동비를 사적으로 사용한 사실이 최근 알려지는 등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에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국회 예결위 야당 간사인 안민석 의원은 “총 8800억원에 달하는 특수활동비는 어떻게 사용됐는지 알 수 없는 묻지마 예산”이라며 “검찰 등 사정기관이 특수활동비를 신(新)공안통치에 사용한다는 의혹도 있다”고 했다.특수활동비란 기밀이 요구되는 정보 및 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에 직접 수행되는 경비로, 지출 내역을 밝혀야 하는 업무추진비와 달리 영수증을 따로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마음만 먹으면 고스란히 쌈짓돈이 될 운명에 놓여 있다. 특수활동비는 2011년 8504억원, 2012년 8441억원으로 줄어들다가 2013년 8511억원, 작년에 8672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도 작년보다 138억원 증가했다. 여당 관계자는 “특수활동비가 박근혜 정부 들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삭감된 것”이라고 하지만 여론은 특권 투성이의 국회의원에게 엄청난 공돈까지 안겨 주는 국회의 특수활동비를 아예 없애는 것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도 국회의 특수활동비를 없애자는 주장은 하지 않는다. 야당 관계자는 “특수활동비를 전면 공개하자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는 ‘눈먼 돈’을 이번에 정리해 삭감할 것은 삭감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시점에 특수활동비를 문제 삼아 본회의까지 무산시킨 것은 여당 주장처럼 한명숙 의원 유죄판결에 대한 화풀이로 보인다.문제는 국회의 경우 특수활동비를 집행하는 국회 사무처도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수활동비에 대한 지침이 없어 어떤 보직에 어떤 용도로 얼마나 지급되는지 답할 수 없다는 답변이다. 따라서 관련 규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리고 사용목적이 불분명한 특수활동비는 폐지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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