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인(忍자) 3번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말이 있다.순간적인 분노는 참아야 한다. 화가 난 상태에서 하는 말은 반드시 후회한다. 홧김에 하는 행동은 천추의 한을 남긴다. 화가 치밀 때 순간을 넘기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 현장을 잠시 피하거나 결정을 보류하는 것이 지혜다.호라티우스가 말했다. “분노는 일시적 광기이다. 그대가 분노를 제압하지 못하면 분노가 그대를 제압한다” 한번 분노한 감정은 걷잡을 수가 없다. 마치 미친 말이 날뛰는 것처럼 일체의 분별이 없다. 이미 분노가 폭발해 버린 감정 앞에서는 어떤 것도 보이지 않으며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분노한 감정을 지독한 폭풍우에 비유하곤 한다. 폭풍우가 항해중인 배를 삼켜 버리듯 분노는 분노를 품은 당사자를 삼켜 버리기 때문이다.장사꾼이 장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스님과 함께 걷게 됐다. 산길을 걸으면서 스님이 말했다. “이것도 큰 인연이니 인생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지혜의 말을 일러 주리다”, “지혜의 말이라고 했습니까?”, “그렇소.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날 때는 앞으로 세 걸음 걸으며 생각하고 뒤로 세 걸음 물러나 생각하라’ 성이 날 때는 반드시 이 말을 생각하시오. 그러면 큰 화를 면할 것이오” 장사꾼은 스님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집으로 향했다.밤이 깊어 집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방문 앞에 낯선 신발이 놓여있었다. 하나는 아내의 신발이고 다른 하나는 하얀 남자 고무신이었다. 의아심이 생겨 창에 문틈으로 들여다보았다. 아내가 까까머리 중을 꼭 껴안고 잠이 들어 있었다. 장사꾼은 화가 불길처럼 치밀어 부엌으로 가서 식칼을 들고 나왔다. 막 방문을 열어젖히려는 순간 스님의 말이 생각났다. ‘화가 날 때는 앞으로 세 걸음 걸으며 생각하고 뒤로 세 설음 물러나며 생각하라’ 장사꾼이 씨근덕거리며 스님의 그 말을 외면서 왔다 갔다 하는데 아내가 잠이 깨어 밖으로 나오며 반갑게 맞는다. 이윽고 스님도 뒤따라 나오며 말했다. “형부, 오랜만에 뵙습니다” 처제가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까까머리 중은 바로 장사꾼의 처제였던 것이다. 장사꾼은 칼을 내던지며 스님에게 깊이 감사했다. 성숙한 사람은 분노의 상황을 다루는 지혜가 있다.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상황은 다스려야 한다. 상황을 다루는 기술이 필요하다. 보복운전이 기승스럽다. 앞차가 진로를 양보하지 않았다며 앞질러 가서 급정거한 뒤 삼단봉으로 차량을 파손하고, 경음기를 울렸다고 길가로 밀어 붙여 차를 세우게 한 뒤 가스총으로 위협한다. 상향등을 켰다고 손도끼로 내려치는 분노조절장애자들, 한마디로 제정신이 아니다. 보복운전하면 최하 징역 1년으로 처벌을 강화했으나 살기를 띤 보복운전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의학자인 엘머 게이즈 박사가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그는 분노 상태의 날숨을 냉각시킨 뒤 증류수에 타서 쥐에게 주사했다. 그랬더니 그 쥐는 금방 죽었다. 또 1시간 동안 분노하는 ‘호흡 독’을 분석해 보았다. 그랬더니 80명의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독이 검출됐다. 분노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무섭다. 칼을 들고 설치는 사람만 무서운 게 아니고 분노해서 아무렇게나 퍼붓는 사람이 정말 무섭다. 우리 안에 일어나는 분노는 누군가에 대해 적개심을 갖게 하고 폭력을 일으킨다. 분노를 내면화하면 한(恨)이 된다. 분노는 마음과 기억의 창고에 보관할 성질이 아니다. 마음과 기억의 창고에 보관된 한(恨)은 내면에 숨어 있다가 언젠가 폭력적 행동으로 표출된다. 그것이 바로 보복이다.법구경에 이렇게 적혀 있다. “노여움을 스스로 억제하기를 달리는 수레가 멈추는 것 같이 하면 이는 훌륭한 제어가 돼 어둠을 버리고 광명에 드는 것이다” 지혜의 왕 솔로몬도 말했다. “노하기를 더디하는 자는 용사보다 낫고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나으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