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2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국가방역체계 개편안을 1일 발표했다.국내 유입을 자초했던 허술한 초기 대응을 정비하고 확산 사태를 키운 병원의 취약한 의료 환경을 손질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지난 5월20일 첫 환자가 발생한 후 국내 메르스 환자는 186명으로 늘었다. 우리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의 메르스 발병국이라는 오명도 썼다.국민 보건을 책임지는 방역당국조차 신종 감염병에 쩔쩔맸고 부처 간 엇박자로 사태를 수습하기는커녕 혼선만 더했다.또 세계 최고의 의료 수준을 자부하던 대형병원도 감염병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오히려 병원 감염에 취약한 한국 병원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정부는 이에 신종 감염병 유입 차단, 조기 종식, 피해 최소화를 목표로 국가방역체계 보건 의료체계 대수술에 나섰다.이번 사태를 계기로 방역당국이 감염병 전담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자율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한편 허술한 공공의료체계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당장 실효성을 거두기가 쉽지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현재 국내 의료공급체계의 경우 민간 주도여서 의료계와의 협조가 필수적인 데다 구조적으로는 감염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우선, 병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한 시설 등 인프라 확충과 관련해서는 다닥다닥 붙은 병상 구조를 개편하고 격리시설 및 치료시설을 늘리는 안이 마련됐다.상급종합병원과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일정 수의 음압격리병실을 의무화하는데 전체 병상의 1%가량을 음압병실 병상으로 갖추도록 의료법 시행규칙에 못 박을 방침이다.음압병상은 1인실, 독립된 공조시설, 전실(前室), 환기기준 등의 엄격한 시설기준을 적용한다.6인실 위주의 입원실 병상구조는 4인실 위주로 개편을 유도하면서 병상간 이격거리 설정, 환기기준 마련 등으로 입원실 환경 개선을 추진한다.문제는 예산이다. 당장 의료계는 건강보험 재정으로 의료수가를 현실화해 정부가 병원 감염 관리 인프라에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대한의사협회 신현영 대변인은 “공공의료 기관이 방역, 감염 관리를 주도적으로 하고 민간에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대형병원은 그나마 사정이 나을 수 있지만 동네병원은 시설과 인력 등을 개선할 여력이 없다. 수가 현실화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정부는 병원 내 감염 관리의 1차 책임은 병원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감염에 취약한 한국 병원의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응급실 개편 등에 들어가는 비용은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또 감염 통합진료수가를 신설하고 병원의 감염 관리 수준을 평가해 패널티와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고 했다.하지만 국가의 방역 책임 범위를 놓고 의료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어서 보상에 대한 적정선을 확정할 때까지 의료계와의 샅바싸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의료 인력 확충문제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감염관리실 설치 대상 의료기관을 중환자실을 보유한 종합병원과 200병상 이상 병원에서 응급실 등이 있는 150병상 이상 병원으로 확대하고 감염전문 의사·간호사 등 인력기준을 상향조정해 병원내 감염 관리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감염내과 전문의는 170여명에 불과하다. 신종 전염병 상시 발생 시대를 맞아 감염내과 전문의 수를 늘려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되고 있지만 의료 수급 전반을 건드리는 일이어서 정부도 아직 묘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향후 신종감염병에 대한 보다 효과적이고 철저한 대응을 위한 방향성을 짚은 것”이라며 “개편안을 어떤 식으로 현실화 하는지가 관건이다. 관계 부처와 전문가, 의료계 등과 충분히 논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