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천에서 불산혼합액이 누출되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영천의 실리콘 제조공장에서 질산과 불산이 포함된 유해화학물질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구미 불산 사고가 난 지 3년도 안 돼 또 같은 사고가 반복됐다. 그렇게 유사사고를 많이 겪었으나 안전불감증은 이번에도 여전했다.2일의 불산혼합액이 누출되는 사고에도 다행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주변 마을 주민 200명이 대피했는데, 이 과정에서 해당공장이 누출 사실을 늑장 신고해 주민들이 3시간 가까이 화학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폭발이나 화재 등 2차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큰 다행이지만 오렌지색과 붉은색 연기가 100여 미터 상공까지 쉼 없이 퍼져 올라 하늘 전체를 뒤덮었다. 그런데도 해당 업체는 자체 처리를 시도하다가 사고 발생 2시간 뒤인 오후 12시 30분쯤에야 소방당국에 신고하는 안일한 행태로 사고를 키웠다.유출된 4톤 가운데 0.5톤은 땅으로 스며들거나 하수구로 들어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환경당국은 추가 피해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공장 주변 반경 1km 이내 주민 200여명은 오후 1시께 영천 금호 체육관으로 대피했고 10명은 두통과 메스꺼움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환경청이 사고 지점 반경 50미터의 대기질(質)을 1차 측정한 결과 사고 원점을 제외하고 유해물질은 아직 검출되지 않았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반도체 공장 등에서 세정제로 쓰이는 유독물질인 불산은 3년 전 구미 사고 때와 마찬가지로 사람은 물론이고 농작물에도 피해를 입힐 수 있어 이번 경우에도 주변지역의 면밀한 피해 조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사고는 관리 소홀 등 ‘안전 불감증’이 빚은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북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실리콘 제조업체인 SRNT 공장에 있는 탱크 유량계 밸브가 파손해 발생했다. 탱크 유량계 밸브가 갑자기 파손하는 바람에 유해화학물질이 유출됐다는 점에서 업체측의 관리가 소홀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소방당국의 유해화학물질 관리에도 허점이 보인다. 1년에 120톤 이상 유해화학물질을 사용하면 유해화학물질업체로 환경부에 등록하는데 SRNT는 하지 않았다고 하니 위법여부를 가려야 할 것이다. 유사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유독물질 관련업체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 매뉴얼을 재점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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