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중구 계산동 이상화 고택 앞에서 대구보건대학교 뷰티코디네이션학부 이종서 교수가 학과 재학생 4명과 함께 연극배우들의 얼굴에 열심히 분장을 하고 있다. 이들이 분장을 해야 할 인원은 무려 32명. 11시부터 이상화‧서상돈 고택 앞에서 이른바 골목 무료 연극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 가’가 시작되기 때문에 잠시도 쉴 틈이 없다. 공연 20분 전부터 관객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근대골목투어 신청자와 외국인 관광객, 울산에서 온 중앙여고 학생 30명 등 이날 300여명의 관람객이 움집 했다. 이날 공연은 40분간 계속됐다. 을사 늑약 체결과 3‧1만세 운동, 국채 보상 운동, 이상화 민족시인의 이야기가 펼쳐졌다.이 연극은 2009년 10월부터 시작됐다. 대구문화재단이 도시문화브랜드사업을 공모했고 극단CT가 이 연극을 기획해서 채택됐다. 매년 5월부터 10월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관람객을 맞이한 이 공연 횟수가 120회나 됐다. 서울 인사동, 독도, 독립기념관 등에서 특별공연도 했다. 이 공연은 한국관광콘텐츠 100선 중에 7위를 차지한 대구근대골목투어 중 가장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매번 200에서 800명까지 관람객이 몰린다. 이종서(50) 교수는 첫 회부터 미술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다. 공연이 있는 날마다 학생들과 3시간씩 힘을 쏟지만 보수는 재료비 정도다. 대구 연극인들과의 친분으로 시작한 일이 7년이나 됐다는 이 교수는 “배우들이 나를 신뢰하고 얼굴을 맡기는 것이 고맙다”며 “학생들은 배우와 호흡하고 공연을 제작하는 과정도 배우는 등 많은 경험이 되기 때문에 교수로서 기쁘고 일할 때 마다 힘이 난다”고 말했다.극단CT 전광우(50) 대표는 “이 공연은 역사극이며 야외무대라서 분장이 특히 중요하다. 수염, 주름 같은 세심한 메이크업부터 의상, 무대세트 등 이 교수가 하는 역할은 극의 성공을 좌우하는데 묵묵히 봉사해 주는 이 교수가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종서 교수는 컬러풀 페스티발, 약령시축제 등 지역의 큰 행사와 각종 퍼레이드가 있을 때마다 분장 작업에 앞장섰다. 경상별곡, 구텐베르크 등 수많은 지역 특별방송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이 교수는 “문화가 정신건강에 중요한데 학생들과 함께 조그마한 재능기부를 해서 대구 문화가 활성화 되고 시민들의 정신건강에 기여할 수 있어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대구에서 골목 연극처럼 훌륭한 프로그램이 많은데 아직 모르는 시민들이 많은 것 같다”며 “가장들이 가족들의 손을 잡고 역사도 배우고 좋은 공연을 많이 보러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