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소유의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하고 있는 137만명이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인정받아 건강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고 공짜로 건강보험혜택을 받고 있다는 기가 막히는 사실이 밝혀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올해 1월 기준으로 작성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드러난 사실이다. 돈이 없어서 아파도 병원에 못가는 사람이 수두룩한 판국에 날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지다니 보건복지행정의 난맥상이 극에 달했다.국감자료에 의하면 직장 가입자의 피부양자는 전체 건강보험 적용 인구의 40%를 넘고 있다. 이중 대략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집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2채 이상 주택 보유자의 숫자만 137만명을 넘고, 3채 이상이 68만명, 5채 이상도 16만여명이나 된다. 이런 부동산 부자들이 건강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행법의 허점을 교묘히 사용하는 사악함에 치를 떨 일이지만 이런 사실이 밝혀진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방치하고 있는 보건복지부장관이야말로 해임감이 아닌가.건보료 무임승차의 폐해에 대해선 김종대 전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백일하에 밝힌바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14일 퇴임식에서 자신의 퇴임 후 건보료를 실례로 현행 건보료 부과 기준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부과체계의 개편을 촉구했다. 즉 자신이 앞으로 직장가입자인 아내나 자녀의 피부양자로 전환되면서 연 2000만원의 공무원연금소득과 강남의 아파트(5억4240만원), 경북 예천의 땅(2243만원) 등 많은 재산이 있음에도 건보료를 한푼 내지 않게 된다며, 현행 피부양자제도를 지적, 관심을 끌었으나 정부는 무반응이다.현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의 ‘백지화’ 배경에는 소위 사회적으로 힘있는 고소득 가입자의 반발이 있다. 정부의 예고대로 건보료 부과체계가 소득에 따라 개편된다면 고소득자는 건보료가 오르고, 저소득자는 적게 내는 합리적인 대안이 제시됐을 것이 두려운 것이다. 정부가 사회정의를 말하려면 건보료 개편을 즉각 시작해 연내 끝내야 한다.현행 건보료 부과체계는 지역가입자에게 과중한 부담을 지우고 고소득 직장가입자에게 유리한 제도다. 시민단체의 주장 그대로 “돌연한 개편 논의 백지화는 황당한 정책후퇴이며 정치적 셈법에만 치우진 결정”이다. 주택이 껌값이 아닌 이상 두채 이상 지닌 사람이 피부양자로 대접받는 분통터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