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9일 당대표 재신임을 묻는 초강수를 선택했다. 자신에 대한 당내 비주류의 공세에 대해 정면 대응을 선포한 것이다. 당 내 혁신위원회가 낸 혁신안이 중앙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문 대표는 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이냐 기득권이냐, 단결이냐 기득권이냐의 갈림길에 서있다”며 “당 대표직을 걸고 첫째 혁신, 둘째, 단결, 셋째 기강과 원칙의 당 문화를 바로 세우려 한다”고 했다. 혁신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각오다. 이는 4·29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탕평인사 등을 통해 수습기미를 보이던 내홍사태가 공천혁신안 처리문제를 둘러싸고 또다시 주류, 비주류 간 전면전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당 대표직을 건 재신임 카드를 꺼내는 ‘배수의 진’을 치며 진압에 나선 것이다. 문 대표가 ‘직(職)을 건’ 극약처방을 내린 것은 혁신안이 이날 어렵사리 당무위를 통과했지만 앞으로 논란이 잦아들기보다는 비주류의 공격이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한 때문이다. 그래서 “분열과 갈등을 끝내자는 취지”라고 말한 것이다. 문 대표가 비주류를 향해 불신을 내비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5월 비노(비노무현) 의원 모임인 ‘민집모’ 의원들과 오찬에서 비선 비판론, 재신임 필요성 등이 제기되자 “기득권을 유지하려 하거나 공천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사심이 있다면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준비했다가 보류하기도 했다. 또 지난 6월 김상곤 혁신위원장과의 상견례 자리에서 “혁신안 관철을 위해 당 대표직을 걸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문 대표가 건곤일척 재신임을 받더라도 전도가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위기의 근원이 당대표로서의 리더십 부족과 당 자체가 집권 대안세력으로서 국민의 확실한 지지를 받지 못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당을 흔드는 행동도 그런 문제점이 시정되지 않는 한 갈수록 커질 우려가 크다. 따라서 이미 여러 차례 자신이 생각하는 혁신 방향을 밝힌 안철수 의원을 비롯한 당내 인사들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만나야 한다. 혁신위도 고답적 자세를 버리고 당의 진정한 혁신을 위해 모든 걸 받아들일 자세를 갖춰야 한다. 당에 다양한 색깔을 입히고 외연을 넓혀야 국민의 눈높이와 맞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