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부진, 메르스 여파 등 대구 지역 경제가 사실상 사상 최악으로 치달은 가운데 대구지방국세청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의 국정감사에선 오히려 서민들을 옥죄는 정책을 펼쳐 온 것으로 드러났다.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대구지방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선 세무조사의 강압성에 대한 추궁이 잇따랐다. 한은대경본부에선 주택담보대출 급증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대구국세청 “인건비만 축낸 부실 기관”지역 경제가 침체된 가운데서도 대구국세청이 올해 7월까지 걷은 세금은 전년 동기대비 30%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열린 대구지방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대구국세청이 강한 세무조사를 한 결과물이 아니냐는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이 뿐 만이 아니다. 대구국세청은 올 상반기에만 교차조사를 작년대비 2배 이상 요청했으며, 5년간 잘못 거둔 세금도 1천억이 넘어 환급한 사실도 드러났다.우선 국세청은 홍종학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의 질의 시간 때는 국감장이 약 5분간 ‘침묵의 대결장’으로 변했다.홍 의원은 “대구지방국세청은 지난 6월까지 교차조사를 4건 요청해 전년도 2건부도 2배 많았다”며 교차조사 요청의 법적요건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고, 대구국세청장은 대외비 등을 이유로 자료를 주지 못하겠다고 버텼다.교차조사는 기업이 소재한 관할 국세청이 아닌 다른 지방청에서 세무조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지역에 연고를 둔 기업에 대한 유착 소지를 사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홍 의원은 “대구는 사실상 전국 광역시 중 꼴찌 수준의 경제 여력을 보이고 있는데 강압적으로 세무조사를 하려고 교차조사를 신청한 것 아니냐”고 강하게 압박했다. 세수에 대해서도 “세수확보에 비상이 걸린 대구국세청이 세무조사 기간을 늘리고 지난해 개인사업자 세무조사가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쥐어짜기식 세정이 의심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액 체납자의 저조한 징수 실적에 대한 비난도 거셌다.박영재 의원(새누리당)이 이날 국감에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명단이 공개된 대구·경북 고액·상습체납자 730명의 체납액 1조1365억원 가운데 대구국세청이 징수한 실적은 206건, 92억원에 불과했다. 거기에다 지난해의 경우는 징수 실적이 고작 368억원 밖에 되지 않아 6개청 중 꼴찌였다. 규모가 비슷한 대전청(385억원)·광주청(398억원)보다도 낮았다.지난 6월까지의 고액체납자 징수 실적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대구국세청은 고작 197억원으로 대전청(225억원)·광주청(363억원)을 밑돌며 나홀로 100억대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박원석 의원(정의당)은 “최근 5년간 대구국세청 내 체납액이 급증해 6개 지방청 중 가장 빠른 속도를 나타냈다. 반면 고액 체납자의 징수 실적은 저조하다”며 힘있는 자에겐 고개를 숙이고 만만한 서민들에겐 온갖 핍박으로 세금을 거둬들인 것 아니냐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조세 불복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영세 기업에 세금을 무리하게 부과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잇따랐다.김광림 의원(새누리당)은 “대구국세청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너무 많이 거둔 ‘과다 부과’ 세금이 207억원, 잘못 거둬서 돌려준 세금인 ‘불복환급금’이 1094억원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이자만도 71억원을 지급했다”며 “관리자들이 법과 원칙에 근거해 세무조사를 실시하는지 점검하라”고 지적했다.나성린 의원(새누리당)도 “매출 30억원 초과 개인사업자에 부과한 세액은 2012년 408억원에서 2014년 247억원으로 40% 줄어든 반면, 매출 30억원 이하의 개인사업자가 낸 세금은 같은 기간 357억원에서 509억원으로 40% 늘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등에 대한 세정 지원은 부족하다는 비판도 쏟아졌다.나성린 의원은 생산적 중소기업(주로 제조업체)의 세정 지원이 줄어들었다고 꼬집었다. 이들 업체에 대한 대구국세청의 세정 지원은 2013년까지는 1만건을 넘었으나, 2014년 6123건으로 줄었다가 지난 6월까지는 급기야 2360건으로까지 눈에 띄게 내리막 그래프를 그렸다.박원석 의원(정의당)에 따르면 2010-2014년 대구국세청 관내 폐업한 개인사업자가 40만명인데 이들에 대한 세정 지원은 납부의무 소멸 540명, 체납처분 유예 1명으로 쥐꼬리 수준에 그쳤다.박 의원은 “폐업한 개인사업자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세정 지원제도에 대한 제도 개선 및 홍보 강화가 필요하다”고 대구국세청의 무능한 근무실태를 비난했다.이에 대해 남동국 대구국세청장은 “규정에 따라 교차 세무조사를 진행했고 유착의혹을 불식하고 공정성을 기했다”며 “앞으로 더욱 공정하고 투명한 세무조사를 펼쳐 의혹이 일지 않는 대구국세청이 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 한은 대구경북본부 “5만원권 환수율, 경제상황 대응 미흡하다”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의 국정감사에서는 전국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5만원권 환수율과 중국 경제상황 급변에 따른 한은의 선제적인 대응마련이 쟁점이었다.21일 열린 한은 대구경북본부 국정감사에선 먼저 대구·경북지역 5만원권 환수율이 전국 최저로 유독 낮은 데 대한 지적이 연거푸 쏟아졌다. 이에 더해 50만원 이상 거래의 현금 지급 비중이 급증한 것으로 미뤄 5만원권이 지하경제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됐다.최재성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한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만원권 환수율은 전국이 25.8%인데 비해 대구·경북은 8.8%에 불과했다. 지난 8월까지 5만원권 환수율도 전국이 40.1%인데 반해 대구·경북은 13.2%로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최 의원은 “대구·경북의 5만원권 환수율이 유독 낮은 이유에 대해 한은 측은 수표 대체, 5만원권의 높은 청결도에 따른 선호도 증가 등으로 답변했으나 이는 지역에서만 일어나는 차별적인 이유라고 보기 힘들다”면서 “지하경제로 흘러갈 것이라는 심증을 가질 수 밖에 없지 않냐”고 지적했다.또 50만원 이상 거래의 현금 지급 비중이 급증한 것도 지하경제 활성화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는 지적이 나왔다.류성걸 의원(새누리당)이 제시한 지난해 6-7월 한은이 조사한 지급 수단 이용 행태에 따르면 소비자가 현금을 지급 수단으로 이용하는 비중이 5-10만원 미만은 4.8%인데 비해 50만원 이상의 경우 19.9%로 4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박명재 의원(새누리당)도 “5만원권 환수율 저조는 탈세를 위한 소득·재산의 은폐나 불법 증여·상속, 뇌물 수수, 비자금 조성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꼬집었다.이에 대해 성병희 한은 대경본부장은 “포항·구미·성서 등 산업단지 입주업체의 5만원권 선호도가 높고, 농어촌 영농자금의 현금 수요가 높은 점이 환수율을 낮추는 이유로 분석된다”면서 “이번 추석을 전후로 신용카드 열외 사용 등 보다 철저히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경북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로 디플레이션을 보인 것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류성걸 의원은 “지난 1-8월까지 경북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였다. 저유가와 도시가스·전기료 인하의 영향이 있다해도 담뱃값 인상을 감안하면 디플레이션이 아닌가 우려된다”며 면밀한 모니터링을 요구했다.대구지역의 주택담보대출이 급증, 가계부채 증가가 우려돼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질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류성걸 의원(새누리당)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대구지역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2010년 13조1000억원에서 2015년 7월 23조2000억원으로 10조1000억원이 증가했다. 특히 2014년7월부터 2015년 7월까지 1년간 무려 4조1000억원이 급증했다.전국 주택담보대출의 추이를 보면 2012년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대구지역은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했다. 대구처럼 주택담보대출이 꾸준히 증가하는 곳은 제주도뿐이다.류 의원은 “대구지역의 주택담보대출의 급증해 가계부채의 부실이 우려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다중채무자나 DSR 40%이상인 한계가구에 대한 지역별 통계를 통해 질적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 지역본부는 지역별 통계를 보유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선 적극적인 주택가격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대구로 이전한 한국감정원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업무협약 등을 통해 지역특성을 반영한 통계를 개발·분석해 부동산시장과 가계부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이에 대해 성병희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장은 “포항, 구미, 대구 성서 등 지역 주요 공단 입주업체들이 직원 상여금 지급 등에 5만원권을 선호하는 현상이 있고, 농촌 지역이 많아 상거래 관행이 현금 위주로 된 점 등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