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세월을 굳건히 지켜온 경주 중앙시장을 화마(火魔)가 집어 삼켰다.추석날인 지난달 27일 오전 7시29분께 경주시 성건동 중앙시장에서 불이 나 소규모 점포 44곳을 태웠다. 애초 3억원의 추정치와는 달리 실제 피해액은 10억여원으로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이날 불은 건물 1-2층 점포 915㎡를 태워 3억원(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를 내고 1시간 만에 꺼졌다. 피해 점포 대부분은 6.6-9.9㎡ 소규모 식당이나 소매상으로 대부분 가재도구가 불에 탔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현재 경찰은 시장 점포에서 전기합선으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아래시장으로 불리는 중앙시장은 신란천년 경주의 ‘꽃’이자 ‘삶의 현장’이다.더도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했는데 추석날 덮친 화마로 상인들은 졸지에 삶의 터전을 잃고 길거리에 나 앉았다. 하룻새 모든것을 앗아갔다. 잿더미를 바라보는 상인들은 망연자실했다.하루벌어 하루먹고 사는 상인들은 희망을 잃은채 잿더미로 변한 상가 주변에 모여 대책마련에 나서보지만 힘에 부친다.상가에서 식당 허드렛일을 하며 겨우 생계를 유지하던 아낙네들도 직장을 잃어 당장 끼니 걱정을 할 판이다.중앙시장 화마가 낳은 서글픈 자화상이다. 중앙시장은 1983년 경주시 성건동 339-2에 개설됐다. 속칭 아래시장이라고 한다. 시가지 한가운데 위치하며, 서쪽에 형산강이 흐르고 동쪽에 동해남부선이 지나간다.경주에 있어 중앙시장은 삶의 애환이 깃든 우리네 전통시장이다. 시끌벅적, 왁자지껄,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그런 곳이다. 검게 그을린 중앙시장 추석은 그렇게 중앙시장을 불바다로 만들었다. 화마가 할퀴고 간 중앙시장은 ‘전쟁터’를 연상케 한다.경주는 지금 화마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상인들에 있어 추석은 추석이 너무나 비참하다.경북도는 도 소상공인육성자금 지원을 검토, 중소기업청 긴급경영안정자금지원을 알선하는 등 화재로 피해를 입은 상인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도 소상공인육성자금은 시중은행을 통해 최고 2000만원을 지원하며 융자이자의 2%를 도에서 지원하는데 옷소매를 걷어부쳤다.중소기업청도 지난달 27일 경주 중앙시장에서 발생한 화재피해 복구를 위해 현장방문센터를 가동하고 피해복구 지원에 나섰다.상인들은 넋 놓고 앉아 있을 수 만은 없다며 오늘도 재기의 삽질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잿더미 속 눈물 그래도 희망은 핀다. 우리네 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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