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러하겠지만 나는 상상놀이를 좋아한다.나만의 상상시간과 상상공간을 설정해놓고 자유자재로 종횡무진 상황을 전개해 나간다. 때로는 장자(莊子)처럼 유유자적하게 지내기도 하고, 때로는 슈퍼맨이 돼 가상의 적을 과감하게 응징하기도 한다. 상상의 시간에 머무르는 동안 내 창의력의 나무는 무한대로 상상의 가지를 뻗어 올린다. 문화예술인으로 평생을 살아가다보니 뭐 눈에는 뭐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문화로 행복해지는 나라’에 살고 있는 나를 상상해본다. 방방곡곡 어디에 가도 문화예술이 우리네 삶과 생활공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는 그런 행복한 나라에 살고 있는 나를 상상해보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이다.문화예술은 우리에게 행복감과 성취감을 주는 기능 이외에도 많은 기능을 갖고 있다. 먼저 문화예술은 미래의 꿈나무들의 바람직한 인성형성과 창의력 형성에 탁월하고 필수적인 기능을 갖는다. 또한 치유 기능, 즉 힐링 기능을 갖고 있어서 요즘에는 음악치료, 미술치료, 연극치료 등 문화예술을 이용한 많은 프로그램이 힐링 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게다가 문화예술은 사회통합기능을 갖고 있으며, 제조업 못지않게 고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문화산업 기능을 갖고 있다. 일찍이 문화예술이 국가 경쟁력의 기반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던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문화예술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문화로 행복해지는 나라’ 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며 내세운 4대 국정기조 중 하나인 ‘문화융성’을 쉽게 풀어 쓴 슬로건이기도 하다. ‘문화융성’의 요체는 지역 간, 계층 간, 세대 간 문화격차 해소와 국민의 문화향유권 신장이다. 다시 말하면 문화격차를 해소하고 국민의 문화향유권을 폭넓게 확장해 국민 모두가 함께 문화가 있는 삶을 누리는 ‘문화로 행복해지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거다. 지역 간 문화격차가 없는 나라. 계층 간 문화격차가 없는 나라. 세대 간 문화격차가 없는 나라. 상상만 해도 행복해진다. 그러나 상상에서 깨어 주위를 둘러보면 ‘문화로 행복해지는 나라’로 가는 길이 아직도 요원하기만 하다.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문화가 있는 삶을 누리게 해 ‘문화로 행복해지는 나라’를 만들어 보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문화융성위원회라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를 만들어 대통령의 의지를 보다 더 선명하게 보이고 힘을 보탰다. 그리고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로 하여금 ‘문화로 행복해지는 나라’를 만들도록 일을 맡겼으며, 예산부처에 그 일이 잘 추진될 수 있게 예산 협조를 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통령의 국정지표는 정부의 의지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모든 국민들의 삶을 책임지고 있는 전국의 광역 및 기초 지자체가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공감하고 호응해 자체적으로 문화부문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을 책정하는 등 적극적인 행·재정적 지원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전국의 시군구에는 200개가 넘는 문예회관이 있다. 지자체의 문화기반시설 중 핵심시설인 문예회관은 지역의 문화예술의 중심 공간으로서 공연, 전시, 문화예술교육, 축제 등의 사업을 전개해 지역민의 문화향유 증진에 기여하고자 건립된 곳으로, 운영과 재정지원 책임은 지자체에 있다. 2000년 초부터 전국의 시군구에서는 경쟁적으로 많은 예산을 투입해 중·대형 문예회관을 건립했으나, 지금은 대부분 예산 부족으로 전문 인력 없이 시설관리 차원의 예산만 배정해 운용하고 있다. 그 이유는 시군구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낮은데다 문화도 주민들에게 필요한 복지라는 인식 없이 사회복지 중심으로 예산을 편성하기 때문이다. 지방 문예회관의 운영 및 재정 지원의 책임을 져야할 지자체의 현실이 이러하기 때문에, 이대로 놔둔다면 지역 간 문화격차는 해소될 수 없으며, 대통령이 내세운 ‘문화융성’은 공허한 슬로건으로 전락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 노원구의 사례는 반갑게 다가온다. 서울시 자료에 의하면 노원구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재정자립도가 최하위이고 사회복지 예산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지역이면서도 지역 문예회관 예산 편성 비중이 강남 3구를 제치고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2위이다. 그것은 지자체장의 문화복지에 대한 중요성의 인식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결국 지역문예회관의 활성화는 지역 간 문화격차 해소에 기여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지자체가 문화복지의 중요성을 깨닫고 문예회관의 운영 및 재정 지원율을 높여 갈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마중물로서, 국가가 당분간은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매칭으로 재정지원을 확대해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 지자체가 문화 부문에 예산 투입을 하는 것이 정착되고, 어느 정도 자생력이 갖춰지면 지원율을 점차적으로 낮춰 결국에는 지자체가 독자 책임 운영하도록 정책 운영의 신축성을 가져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기조 중 하나인 ‘문화융성’이 공염불로 전락하지 않도록, 지자체가 책임 있는 자세로 ‘문화융성’에 동참해 온 국민이 방방곡곡 ‘문화로 행복해지는 나라’가 되는 그 날까지 정부는 인내심 있게 지방에 대한 문화예술 지원사업에 있어 마중물 정책을 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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