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핵심 측근 강태용이 중국 공안에 체포돼 국내 송환을 앞두면서, 비리 연루자가 더 나올지 검찰과 경찰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금까지 조희팔 업체로부터 금품, 향응을 받고 처벌된 검경 공무원만 6명에 달한다. 검찰에서는 김광준 전 부장검사와 대구지검 오모(54)전 서기관이 연루돼 사법 처리됐다. 김 부장 검사는 내사·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10억여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징역 7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고, 오 전 서기관도 15억 8천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두명 모두 이번에 중국에서 붙잡힌 강태용과 같은 고등학교 동문 선후배 사이다. 경찰에서는 총경급을 포함해 4명이나 연루돼 사법 처리됐다. 모두 대구경찰청 소속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검·경 로비의 주모자 격인 강태용의 국내 송환이 다가오자 검·경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조희팔의 생존과 검찰 고위 간부를 상대로 한 사건 무마 로비를 시사하는 측근들의 통화 녹취록까지 공개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강태용을 상대로 한 검찰 수사가 조희팔 생존 여부와 함께, 검·경 로비의 몸통을 밝혀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대구경찰, 강태용 돈 받은 전직경찰관 붙잡고도 공개미뤄 조희팔의 2인자인 강태용(54)에게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가 있는 전직 경찰관이 검거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3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대구 서부경찰서는 지난 8월2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수배된 안모(46) 전 경사를 2년여만에 붙잡았다.경찰에 따르면 동부경찰서 지능팀에서 근무하던 안씨는 2007년 8월부터 2008년 5월까지 강씨에게서 중고차 구입비 등의 명목으로 모두 5600만원을 차명계좌로 받았다. 강씨는 대구시 동구에 자신이 관리하던 ㈜씨엔 본사와 조희팔 관련 다단계 사업장이 몰려 있어 지인의 소개로 안씨에게 접근해 “잘 봐달라”며 금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범행은 2012년 11월 대구경찰청이 강씨 등이 사용한 계좌 추적으로 드러나 경찰에 수사에 착수했으나 안씨는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경찰은 즉각 안씨를 파면하고 수배, 2년 9개월여만에 붙잡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을 신속히 송치하다보니 공개를 하지 못했을 뿐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4조원대 다단계, 희대의 사기사건’ 전말은? ‘희대의 사기범’ 조희팔의 최측근 강태용(55)씨가 도피 7년만에 중국 현지 공안에 검거돼 ‘조희팔 사건’이 다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 있다.‘조희팔 사건’은 조(58)씨 일당이 전국에 10여개의 유사수신 업체를 차리고 고수익을 낸다며 5년간 4만-5만명의 투자자를 모아 3억5000억원-4조원을 가로챈 국내 최대 규모의 다단계 사기 사건.영천 출신으로 알려져있는 조씨는 형제, 친구들을 핵심 임원으로 삼아 2004년 대구시 동구에 골반교정기와 찜질기 등 장비를 찜질방과 PC방에 빌려주는 업체를 차렸다.조씨는 회장 행세를 하면서 의료기기 대여업으로 낸 수익을 배당한다고 내세워 투자자를 모집했다. 그는 한 계좌에 440만원을 투자하면 매일 3만5000원씩 이자를 지급해 8개월만에 580여만원을 챙길 수 있다고 선전했다.원금과 배당금이 꼬박꼬박 들어오자 투자자가 늘어났고, 조씨는 부산과 경남, 서울, 인천 등지에 비슷한 회사와 센터를 만들었다. 투자한 사람들에게 수당을 주면서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도록 하고, 모집한 사람 수에 따라 내부 직급도 올려줬다.리브, 씨엔, 챌린, 아더스 등으로 회사 명칭을 바꾸고, 각 회사에 각기 다른 대표를 선임해 별개 기업처럼 움직여 단속망을 피했다.실제로는 나중에 가입하는 사람의 돈으로 예전 회원들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돌려막기’를 하고 있었다.이런 방식으로 운영되던 영업이 한계에 달하면서 배당금 지급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이에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내기 시작했다. 경찰은 2008년 10월 조씨를 비롯한 핵심 인물 9명을 수배했다. 그러나 조씨는 2008년 12월초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고 충남 태안군 마검포항을 통해 중국으로 밀항했다. 이에 경찰은 이듬해 3월 국제경찰에 조씨에 대한 검거 협조를 의뢰했다.경찰은 2010년 1월말 조희팔 일당의 핵심 간부인 다단계 업체 리브의 경영고문으로 활동하던 김모(43)씨를 검거했다.2010년 4월초 대구지법은 피해자 16명이 조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했으며 같은해 10월 인천지법에서도 피해자 100여명이 조희팔과 다단계 업체, 업체 관계자 8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2012년 2월에는 다단계 업체 TEN의 대표 최모씨와 씨엔 대구동부센터장 강모씨가 중국 옌타이시 공안에 체포됐으며 2주 뒤에는 조씨 측근 황모씨가 자진 입국해 자수했다.조씨를 추적하던 경찰은 2012년 5월 중국으로 밀항한 조씨가 2011년 12월께 현지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졌다고 발표했다. 이후에는 ‘조희팔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과 검찰이 조씨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대접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2012년 대구 성서경찰서 정모 경사가 중국 현지에서 조희팔 일당으로부터 골프, 술 접대 등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법원은 정 경사에게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벌금 150만원 등을 선고했다.같은 해 서울고검 김광준 검사는 조희팔 측근으로부터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9억원대 금품을 받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수감됐다. 김 검사는 지난해 5월 징역 7년이 확정됐다.2013년 3월에는 대구지검이 조씨의 자금을 관리한 혐의로 대구경찰청 소속 경찰관 임모씨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하기도 했다.올해 1월에는 조씨 사건의 관계자로부터 사건 무마 청탁을 받고 15억원이 넘는 뇌물을 수수한 대구지검 서부지청 오모 서기관이 체포돼 구속기소됐다.지난달 중순에는 조씨에게서 9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전 대구지방경찰청 권모 총경이 구속됐다. 권 전 총경은 올해 10월 구속기소됐다.대구지검은 지난해 7월 조씨 은닉자금에 대한 수사를 재개해 그 해 12월 1200억원대의 은닉재산을 확인했다.‘조희팔 생존설’이 계속 떠돈 가운데 조씨가 살아있다는 증거가 속속 등장하면서 의혹은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지난 11일 조씨의 핵심 측근 강씨가 10일 낮 중국 장쑤성 우시시의 한 아파트에서 중국 공안에 의해 붙잡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조희팔 생존설’에 대한 의문이 풀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신명 청장 “조희팔, 사망했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어” 역대 최대 사기사건의 주범 조희팔에 대한 사망여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강신명 경찰청장은 13일 “지금도 조희팔이 사망했다고 할만한 과학적 증거는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강 청장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지난 2012년 경찰의 조희팔 사망 발표에 대해 해명했다.강 청장은 “당시 중국 공안이 보낸 자료를 토대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며 “경찰이 별도 수사인력을 붙여서 확인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살아있다는 반응(생존반응)에 대한 파악을 제대로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외국이고 부족한 점이 있었음을 인정한다”면서도 “살아있다면 주변 발언, 중국측의 첩보 등으로 어떻게든 생존반응이 감지가 됐을텐데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고 답변했다.사망발표를 했음에도 현재까지 지명수배가 유지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죽었다는 내용이 담긴 서류를 중국에서 받았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어 유지했고 조희팔의 가족들이 아직까지 사망신고를 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나중이지만 중국 공안 측의 확인은 받았다”며 “당시에는 우리 눈으로 직접 본 게 아니고 중국 공안을 통해 사망사실을 확인한 것이기 때문에 혹시나하는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