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괴한 일이다.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이 19일 유승민 의원 지역구에 내려 와 “대통령이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달라고 했다”며 유승민 낙선에 본격 나섰다는 보도다. 유승민 의원 지역구라면 대구동구을이다. 홍 의원의 지역구는 경기도 의정부시을이다. 홍 의원이 대구시 동구을에 예비후보로 나서지도 않은 판국에 경기도 사람이 대구에 내려와 유승민 의원의 낙선운동을 하다니 말이 되는가. 보도에 따르면 홍문종 의원은 이날 유승민 의원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에 출발한 친박 이재만 전 동구청장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현재의 국회를 가지고 대한민국을 바꿀 수 없다. 임기말 대통령을 도와주지 않으면 안된다. 대통령이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달라고 했다”며 “이재만이 진실한 사람이란 것을 여러분들도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을 겨냥한 말이라는 것쯤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윤상현 의원도 있다. “지난번 총선 때도 TK에서 60%가량 물갈이를 해서 전체 의석이 과반수를 넘을 수 있었다. TK에서 물갈이를 해서 필승 공천 전략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유승민 의원이 부친상을 당했을 때 조문한 자리에서도 TK물갈이론을 발설한 인물이다. 윤 의원의 지역구는 충청남도 청양으로 대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홍 의원과 윤 의원은 친박핵심이란 점에서 공통되지만 대구에 대해 밤놔라 대추놔라 할 입장이 아니다. 대구를 대변할 국회의원은 대구사람의 의지에 의해 선출되는 것이다.대구의 모 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친박을 자처하는 인사들의 입방정이 도를 넘고 있다”며 “왜 수도권 국회의원들이 민심과 관련되고 예민한 TK정치에 간섭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지만 대구지역에 출마한 예비후보들의 행태도 문제다. 달성군에 예비후보 등록을 한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출마 기자회견에서 ‘특명받은 000’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이에 대해 곽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달성 군민으로부터 특명을 받아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앞장서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하지만 박대통령의 덕을 보려는 것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과거 박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끔 과장하거나 조작하는 것이 당선 전략으로 통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선거중립을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유리한 입장을 위해 박 대통령을 언급하는 것은 잘못된 처사로 삼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