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가 넘은 시간, 대구교육청 수능 제24지구 제29시험장인 상원고등학교앞 수험생을 응원하는 사람들로 붐볐다.예년처럼 시끌벅적하지는 않았지만 차와 간식을 나눠주는 봉사단체, 수험생들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선생님, 후배 그리고 부모님들로 가득했다.대부분의 수험생들은 부모님의 격려를 받으며 시험장으로 들어섰다.수험표와 도시락을 잘 챙겼는지 여러번 확인끝에 학생들을 시험장으로 보내는 부모님들.학생들이 시험장으로 들어가도 교문앞에서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기도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한 학부모는 “잘 봐, 긴장하지말고. 화이팅”이라고 수험생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평정심을 유지하려는 듯 학교 체육복을 입고 오는 학생, 좋은 대학을 가기 바라는 마음으로 대학교 과잠바를 입고 오는 학생들도 있었다.교사들은 시험장으로 들어서는 수험생들의 손을 잡아주며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올해 대구지역에서는 총 48개 시험장에서 수험생 3만454명이 수능에 응시한다. 임종식 경북교육감이 수능 당일인 15일오전 7시 10분, 포항지구 수능 시험장인 포항고등학교를 방문해 수험생들을 격려했다.임종식 교육감은 수험생들에게 “꿈을 향한 도전과 열정으로 오랜 시간 열심히 달려온 여러분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시험 결과에 상관없이 긴긴 인생의 첫 번째 고개를 무사히 넘은 것만으로도 여러분은 위로받고 사랑받아 마땅하다”고 격려했다.또한, 학부모들에게 “스스로의 도전과 인내를 믿고 자신의 길을 가는 우리 아이들의 두 어깨가 더욱 가벼워질 수 있도록 헌신하신 부모님의 노력이 헛되지 않을 것을 믿는다. 부모님들의 의연한 모습과 용기를 북돋우는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아이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다. 오직 한 마음으로 자녀들을 위해 애쓰신 학부모님들의 정성이 소중한 결실로 돌아올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험생 표정 각양각색…] ▣따뜻한 응원과 격려 수능 한파는 없었다. 광주는 이날 아침 최저·낮 최고 기온이 예년(4.6도·14.3도)보다 0.5~4도 가량 높았다. 전남도 평년(14.6도)에 비해 낮 최고기온이 3.3도 가량 올랐다. 날씨만큼 시험장 앞은 따뜻한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로 채워졌다. 응원 열기로 넘치기 보다는 예년보다 차분한 분위기를 보였다.  광주 북구 고려고등학교(제26지구 2시험장) 정문에는 국제고·빛고을고·살레시오고 1·2학년 학생들이 이날 오전 6시30분부터 선배들을 응원했다. 학생들은 ‘보여주세요, 당신의 능력’ ‘수능 대박 기원합니다’ ‘재수 없다’ ‘형, 내년에는 보지마요’ ‘잘보고 잘풀고 잘찍고 수능만만’이라고 적은 피켓·현수막을 선보였다. 살레시오고 학생들은 교문이 닫히자 수능 고득점을 기원하는 큰 절을 하기도 했다. 광주 광산구 첨단고등학교(제26지구 27시험장)와 빛고을고등학교(제26지구 14시험장), 서구 광주여자고등학교(제26지구 38시험장) 정문 앞에서도 학생들이 따뜻한 차를 준비해 수험생을 격려했다. 후배들의 격정적인 응원 대신 들어가는 자녀를 안아주는 부모, 초콜릿과 사탕을 건네며 격려하는 교사들의 모습이 더 눈에 띄었다. 교사들은 수험생의 손을 일일이 붙잡으며 핫팩을 쥐어줬고, ‘힘내라’ ‘편한 마음으로 보라’ ‘문제에만 집중해라’며 조언을 건넸다. 시험을 앞둔 제자가 눈물을 글썽이면 따뜻하게 안아주며 긴장을 풀어줬다.  ▣수험생 표정 다양…애틋함 전한 학부모 수험생들은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 다양한 모습을 보였다. 광주 국제고 한 수험생은 고려고 정문에서 교사의 격려를 받자마자 “어차피 공부 안 했다. 잘 찍고 오겠다”며 여유로운(?) 언행을 보였다. “느낌이 좋다. 역대 최고 성적을 기대해 달라”며 자신감을 보이는 수험생도 있었다.  일부 수험생은 친구들과 팔짱을 끼고 대화하며 긴장을 풀었고, 같은 시험장에서 수능을 치르게 된 친구들과 사진으로 추억을 남겼다. 체육복 위에 코트를 입은 수험생은 정문 앞에서 긴 숨을 내쉬며 애써 긴장을 해소하려했다. 이어폰과 마스크를 낀 채 떨리는 표정으로 마지막까지 요약정리집에서 눈을 못떼던 수험생도 보였다. 한 수험생은 단짝친구의 손을 꼭 잡고 정문에 들어선 뒤 말없이 오른손으로 ‘화이팅’을 해보였다. 응원을 받으며 입실한 수험생들은 시험이 시작되기 전까지 한 글자라도 더 보기 위해 요약해 둔 공책을 꺼내 책상에 펼쳤다. 학부모들의 애타는 마음도 곳곳에서 묻어났다. 한 어머니는 늦둥이 아들이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며 기도했다.  고려고 앞에선 “우리 아들이 비염이 심하다. 휴지를 꼭 전해달라”며 교사에게 간곡한 부탁을 하는 어머니도 있었다. 수험생 자녀를 차로 시험장까지 바래다 준 한 학부모는 차 안에서 몰래 눈물을 훔쳤다. 다른 학부모는 수험생 자녀의 긴장과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밥 잘 먹고 와’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밝게 웃어보였다. 울음을 터뜨린 딸을 달래주던 어머니도 있었다. 장애가 있는 학생들이 수능을 치르는 북구 선우학교(제26지구 1시험장)에서도 교사·학부모·수험생 간 포옹과 격려가 이어졌다. 최장 오후 9시43분까지 소수 인원(7개 반에서 각 2~5명)이 시험을 보는 탓에 애틋한 분위기를 더했다.  ▣수험생 총알 수송…경찰·소방도 분주 수능 날 늦잠으로 지각하거나 수험표를 집에 두고 온 학생들의 모습도 빠지지 않았다.전남경찰은 이날 오전 8시15분께 이모(18)군의 수험표와 신분증을 부모에게 받아 시험장인 여수여촌고등학교로 건넸다. 이날 오전 8시7분께 광주 북구 동운고가에서 한 수험생이 다급한 목소리로 “입실 시간이 3분밖에 남지 않았다”며 주변 경찰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 수험생은 순찰차를 타고 시험장인 경신여고에 간신히 도착했다.이날 오전 8시5분께 전남 고흥터미널에서 지각을 우려한 수험생이 경찰 오토바이를 타고 고흥고로 향했다. 광주경찰은 오전 7시35분께 광주 서구 풍암고 교문 주변에 놓인 수험생의 도시락을 발견, 전달했다. 전날 김모(18)군이 잃어버린 수험표도 찾아 인계했다. 오전 7시20분께에는 서구 광천동에서 지병이 있는 어모(18)군이 구급차를 타고 석산고로 이송됐다. 같은 시각 전남 목포시 연산동 마리아회고교에서도 다리를 다친 박모(18)군이 119에 의해 시험장으로 옮겨졌다. 오전 7시6분께에는 광주 북구 일곡동 모 아파트에서 “아버지 차량 타이어 바람이 빠져 운행이 불가능하다”며 신고한 수험생이 경찰 도움으로 동아여고에 도착했다.광주·전남에서 경찰의 도움을 받은 수험생들은 각 19명·11명으로 집계됐다. 광주의 경우 시험장 수송 14건, 편의 제공 3건, 시험장 착오 수송 1건, 수험표 전달 1건이었다. 전남은 시험장 수송 7건, 시험장 착오 수송 3건, 수험표 전달 1건이다.     ▣ 응급 상황에 수능 포기도 앞서 이날 오전 10시25분께 광주 서구 한 고등학교에서 수험생 B(18·여)양이 복통과 구토 증상을 보여 소방당국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고사관리본부는 1교시 국어영역 시험을 마친 B양이 2교시 시작 직전까지 자리에 돌아오지 않자 A양의 행방을 확인했다.  감독관은 화장실에서 B양을 발견, 병원 이송 조치에 나섰다. 고사관리본부는 감독관을 병원에 파견해 수능 시험을 진행하려 했지만 B양은 ‘시험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수·김용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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