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5일 서해 창린도(昌麟島)에서 해안포 사격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우리 군은 9·19 남북 군사 합의 위반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9·19 군사 합의 내용을 보면 ‘해상에서는 서해 남측 덕적도 이북으로부터 북측 초도 이남까지의 수역, 동해 남측 속초 이북으로부터 북측 통천 이남까지의 수역에서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을 중지하고 해안포와 함포의 포구 포신 덮개 설치 및 포문 폐쇄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있다.남북 모두 포사격이 금지됐다 해도 해상 완충구역은 완전한 ‘평화수역’은 아니다. 9·19 군사 합의에도 불구하고 남북한 모두 이 구역에서 대잠초계기나 헬기, 함정 등을 활용한 경계 작전은 펼칠 수 있다. 또 동·서해 상 북방한계선은 실질적 해상 경계선으로서 유효하다. 우리나 북측의 선박과 함정이 북방한계선을 넘어갈 수 없다.그래도 서해 해상 완충구역에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이 지역은 그간 제1연평해전(1999년)과 제2연평해전(2002년), 천안함 피격(2010년), 연평도 피격(2010년) 등 남북 간 교전이 발생했던 지역으로서 남북 관계의 화약고였다. 이런 곳에서 포병사격을 금지했다는 점에서 서해 해상 완충구역과 9·19 군사 합의는 남북관계 악화의 한 요인을 없애는 큰 성과였다. 해상 완충구역으로 조성된 긴장 완화 흐름은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 속에서도 아슬아슬하게 지켜져 왔다. 그러던 해상 완충구역에서 첫 9·19 군사 합의 위반 행위가 25일 마침내 벌어진 것이다. 서해 창린도가 위반 행위 발생 장소였다. 창린도는 황해도 소강리 남쪽 해상에 있는 섬으로 위도 상으로는 백령도보다 낮은 곳에 위치해있다. 창린도는 북위 38도선 이남에 있는 탓에 광복 직후에는 우리 쪽에 속했으나 1953년 정전 협정에 따라 북 측으로 넘어갔다. 이번 창린도 포사격 실험은 9·19 군사 합의 위반 행위로 규정된 첫 사례다. 북한 스스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포사격 사실을 알린 탓에 9·19 군사 합의의 의미를 강조해온 우리 군으로서도 합의 위반임을 발표하고 유감을 표명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군은 북 측의 행위에 강경 대응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군은 북 측에 유감을 표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북한이 9·19 군사 합의를 깨뜨리고 무효화하는 수준에 이런 것은 아니라는 게 우리 군의 판단이다. 다만 북한의 도발이 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는 감시소에 오르셔 섬 방어대 구분대들의 배치와 맡고 있는 전투 임무를 보고 받으시고 동행한 총참모장에게 방어대의 전투력 증강과 변경시킬 전투 임무에 대한 과업을 주셨다”고 보도했다. 이것이 추가 도발 가능성을 암시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