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선출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에게 당대표직은 대선 가도에서 큰 교두보인 동시에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그간 한 명의 의원이자 당원 신분으로 현안과 거리를 둬왔지만 이제는 거대 집권당의 지휘봉을 쥐고 매 순간마다 책임있는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 결정의 방향과 결과에 따라 대선주자로서의 지지율도 출렁일 수밖에 없다.정치사에서 지금까지 빛을 보지 못한 ‘총리 출신 대선주자’ 징크스를 깨는 것과, 호남 주자로서 민주당 내 전통적인 ‘영남 후보론’의 장벽을 넘는 것도 과제다. ‘다크호스’ 이재명 경기지사로부터 대선 후보 지지율까지 추월당한 상황에서 이 대표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첫 과제, 코로나 2차 재난지원금·협치·재보선이 대표의 첫번째 시험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과 2차 긴급재난지원금 등 경제위기 대책이다. 이 대표는 8·29 전당대회 기간 동안 당정청에 보조를 맞춰왔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에 대해선 신중론을 유지했고,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범위에 대해서도 선별 지급 방침을 유지했다.이 대표는 당선 일성으로 “가장 시급한 일은 코로나19와 그것으로 파생된 경제적 사회적 고난, 즉 국난의 극복”을 제시하며 다가오는 추석 등 코로나 민생 당정협의와 사회안전망 확충 의지를 밝혔다.야당과의 협치도 과제다. 전임 이해찬 대표 시절 민주당은 미래통합당 등 보수야당과 극한 갈등을 빚어왔다. 국회 상임위원장직 싹쓸이와 부동산법 처리 등 여권의 독주가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진 만큼 그에 대비되는 협치를 통해 성과를 내는 게 절실하다. 이낙연 대표는 “원칙은 지키면서도 야당에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원칙 있는 협치’에 나서겠다”고 야당에 손을 내밀었다.또한 이 대표는 그간 ‘엄중’으로 함축되는 신중한 언행을 이어왔다. 그러나 당대표가 된 이상 현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내년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도 이 대표의 결단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회창·고건 등 총리 잔혹사…정권 주류 관계 어떻게국무총리 출신 여당 주자들의 ‘징크스’를 넘어서는 것도 관건이다. 문민정부 감사원장과 국무총리를 지낸 ‘대쪽’ 이회창 전 총재는 여권 후보로 대세론을 탔지만 김영삼(YS) 대통령과 김대중 당시 국민회의 후보의 대선 비자금 수사 연기 문제로 정면 충돌했다. 이 전 총재는 3김 청산을 명분삼아 YS 탈당을 요구했고, YS는 탈당 후 이인제 후보를 암묵적으로 지원했다. 결국 그는 15대 대선에서 보수 분열로 39만표 차로 김대중 후보에게 패했다.참여정부 초대 총리인 고건 전 국무총리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태 때 성공리에 대통령 권한대행을 수행하며 대선후보로 부각됐다.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을 제치고 대선후보 여론조사 1위를 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고건 전 총리를 “실패한 인사”로 규정하고 비판하자 버티지 못하고 한 달만에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이명박 정부의 정운찬 전 총리는 충청권 유력 주자로 주목을 받았다. 서울대 총장 시절인 17대 대선 때는 현 여권 대선후보로 거론될 정도였다. 그러나 입각 후 진보·보수 어느 쪽에도 확고한 지지층을 마련하지 못했고, 대권 도전도 좌절했다. 결국 여당 총리 출신으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지만, 그만큼 정권 주류와의 관계 설정이 난제가 되는 셈이다. 정권말 피로감을 갖는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위해선 현 권력과 거리를 벌려야 하나, 지나치게 주류와 각을 세울 경우 내분으로 대선 레이스에서 중도 이탈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영남 후보론’ 넘어설까…1위 이재명 역전 방안은전남 영광 출신으로 전남지사를 역임한 이낙연 대표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의 지지를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 임기말 지지층 이반 경향이 나타날 수록 호남표를 모을 수 있는 이 대표의 위상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 이래 민주당계 정당에선 대선 승리를 위해 야당세가 강한 영남 출신을 내세워야 한다는 이른바 ‘영남 후보론’이 뿌리 깊다. 이와 관련해 그간 여론조사에서 부산·울산·경남(PK)에서 이 대표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는 건 큰 이점이다. 이 대표도 전당대회 과정에서 동남권 신공항으로 ‘가덕신공항’이 적합하다며 PK 민심에 러브콜을 보냈다.이런 차원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관계 설정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와 대조적으로 이 지사는 안동 출신으로, 선명한 메시지를 빠르게 치고 나가는 역동성이 강점이다. 지지율도 이 대표 지지율은 점차 하락해온 반면, 이재명 경기지사는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 가장 최근 여론조사로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여론조사기관이 지난 20~22일 실시한 공동 조사에서 이재명 지사는 24%로 앞선 반면, 이낙연 대표는 22%에 머물렀다. 한국갤럽의 11~13일 여론조사에서도 이 지사는 19%, 이 대표는 17%였다. 2차 긴급재난지원금, 기본소득, 부동산 대책 등 선명성을 앞세운 이 지사를 극복할 이 대표만의 메시지가 무엇일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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