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청의 이월드 ‘83타워’ 명칭 변경 제안을 두고 민간기업에 대한 공공기관의 ‘압박’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제안 시기를 두고도 선거를 앞둔 이태훈 구청장의 ‘치적 마무리’라는 지적이 함께 일고 있다.
18일 달서구청과 이월드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구청 관계자들과 이월드 측 관계자 등 총 5명이 한 차례 만남을 가졌다.
이날 자리에서 구청은 이월드 측에 ‘83타워’ 명칭 변경을 요청했다. 지역 랜드마크에 걸맞은 ‘두류타워’나 ‘대구타워’ 등으로 바꾸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
83타워는 ‘83층’을 의미할 뿐, 대구의 상징성을 나타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에서다. 83타워는 1992년 우방타워로 처음 세워졌다가 이후 이랜드가 인수하면서 2011년 지금의 명칭으로 변경됐다.
구청 관계자는 “주민들에게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두류타워나 우방타워로 불리고 있다. 인근에 신청사가 곧 들어서는데다 KTX 서대구역사 개통 등 서부권 시대에 맞춰 새로운 중심으로 부상할 기회라고 생각해서 제안하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월드 측은 이날 자리에서 “취지는 공감하지만 일단 우리가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힘들 것 같다”는 부정적인 의사와 함께 검토 이전인 만큼 언론 보도 자제도 요청했다.
이후 달서구청은 지난 16일 지주회사인 이랜드그룹에 명칭 변경 요청서를 보냈다. 지주회사 대표 앞으로 공문을 보내면서 자회사인 이월드 측에는 공문은커녕 정식 제안서조차 보내지 않았다.
그러면서 거의 동시에 구청 관계자는 ‘83타워’ 명칭 변경 제안 사실을 출입기자들에게 슬쩍 흘렸다. 구청이 명칭 변경을 제안했다는 사실이 언론에서 연이어 보도됐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이월드 측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익명의 고위관계자는 “어떠한 것도 결정된 것이 없었다. 말 그대로 제안일 뿐이었는데 제안서나 정식 공문도 받아보지 못한 상태에서 언론에 먼저 알려졌고, 그룹에서 공문이 접수된 것도 나중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83타워는 현재 민간기업인 이월드가 관리하는 시설물이다. 구청이 민간기업을 상대로 지역 상징성을 앞세워 여론을 형성하며 압박한 모양새다.
또 다른 익명의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대구에 있다고 대구전자로 바꾸자고 하면 쉽게 수용이 될 수 있나. 이월드가 수십억원을 들여 인테리어와 기념품 등 브랜딩했다. 좀 더 세밀한 논의가 전제됐어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일각에서는 제안 시기를 두고도 의구심을 나타냈다.
대선을 마무리하고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본격적인 채비가 시작되는 시기에 현역 구청장의 마지막 치적으로 삼으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구청 측 설명대로, 83타워라는 명칭이 지역 이미지와 접점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은 늘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이태훈 구청장 역시 이월드와 두류공원을 잇는 구상 등 평소 큰 관심을 보여왔다.
이에 대해 이태훈 구청장은 “신청사 건립 등 서부권 시대가 열리는데 ‘83층’ 높이만 알리는 데는 아쉽다고 판단했다. 지역 상징성을 더하게 되면 민간기업에서도 홍보 효과를 함께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대구역사 개통 등 시기적으로 맞물렸을 뿐, 선거를 겨냥해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