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청 신청사 건립 추진은 대구시의회의 실시설계비 전액 삭감과 이에 맞선 홍준표 대구시장의 담당부서 폐쇄와 소속 공무원 전보조치로 잠정 중단됐지만 달서구에서는 유치 기념비가 설립되고 부지 행정동을 ‘시청동’으로 변경하려는 블랙 코미디가 벌어지고 있다.
신청사 건립은 지난 2019년 대구시 8개 구·군 가운데 절반이 신청사 유치를 희망한 가운데 250명의 시민참여단이 2박3일 합숙 토론을 거친 ‘숙의 민주주의’ 방식으로 달서구 옛 두류정수장을 신청사 부지로 결정했다.
신청사 추정 건립비용은 4500억원이다. 대구시는 2012년부터 신청사 건립기금을 모아 1765억원을 적립했지만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대응 시민지원금으로 사용해 현재 397억원만 남았다.
홍준표 시장은 대구시민들의 숙의로 결정된 신청사 건립은 예정대로 추진하지만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대구시가 추가로 빚을 내 청사를 짓는 것은 불가하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건립예정지인 옛 두류정수장 터 15만8000여㎡(4만8000여평) 가운데 9만㎡(2만7000여평)를 민간에 매각해 사업비로 충당할 계획을 밝혔다.
현재의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한 뒤 매각하면 상업시설에 투자하려는 민간자본을 유치해 건립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달서구 주민들과 기초·광역의원은 물론이고 달서구가 지역구인 국민의힘 김용판(대구 달서병) 국회의원도 부지 매각을 반대하며 청사를 짓고 남는 터에 ‘복합 행정 공간’을 구축하는 원안대로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급기야 지난해 12월 대구시의회는 신청사 설계비 130억40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신청사 터 일부 매각을 전제로 한 예산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자 홍준표 대구시장은 “달서구 의원들이 책임을 질 것”이라며 신청사건립 담당부서를 폐쇄하고 9명의 소속 공무원을 다른 부서로 전보했다.
홍 시장은 “내년 예산안 수립 때 다시 실시설계비를 올리는 것을 검토하겠다”며 “1년간 할 일이 없어져 부서를 폐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소한 1년 안에는 건립 추진을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신청사 건립 추진은 잠정 중단됐지만 달서구는 실시설계비 전액 삭감 며칠 뒤에 구청 내 화단에 1.5m 높이의 ‘대구광역시 신청사 달서구 유치 기념비’를 세웠다.
같은 날에는 달서아트센터에서 신청사 유치일로 행사 일자를 바꾼 제15회 `달서구민의 날` 축하한마당 행사와 달서구청사 로비에선 시청사 유치 기념 사진전도 열렸다.
달서구는 신청사 예정부지가 위치한 두류3동의 명칭을 ‘시청동’으로 바꾸는 내용의 ‘달서구 행정운영동의 설치 및 동장정수 조례 일부개정조례안’도 의회에 제출했다가 상임위에서 제동(표결 7명, 반대 4명, 찬성 3명)이 걸렸다.
그러자 두류3동을 지역구로 둔 구의원이 나서 본회의 직접 상정에 나섰다. 두루 3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시청동’으로의 변경에 찬성하는 의견이 압도적이란 이유다.
달서구를 중심으로 신청사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선정된 대구시민의 뜻이라며 2026년까지 반드시 건립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채무가 막대한 상황에서 또 다시 빚을 내 청사를 짓는 일은 절대 없다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입장도 굳건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