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어머니의 주름을 볼 때마다 빠른 세월이 야속하네요”
추석 연휴 닷새째인 지난 2일 대구지역 귀경 행렬은 맑은 날씨에 시민들의 경쾌한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대구시 동대구역은 귀경객들로 붐볐다. 긴 연휴를 지내고 온 시민들은 꽉 찬 가방을 메거나 캐리어를 들고 이동했다. 양손에 선물을 한가득 들고 있는 학생도 눈에 띄었다.
고향이 서울이라는 대학생 김민재(24)씨는 “대구로 다시 내려간다고 부모님께서 반찬과 과일을 한가득 챙겨주셨다”며 “예전 같으면 무거워서 안들고 왔겠지만 오랜만에 보는 부모님의 정성을 거절할 수 없었다”라며 웃음 지었다.
승강장으로 들어서자 장거리 연애 중인 연인, 고향길에 오르는 가족, 부대로 복귀하는 군인 등 시민들이 기차를 기다렸다.
연인과 포옹하던 김지선(27·여)씨는 “서울에 사는 남자친구와 한 달에 두 번씩 만나지만 이번 연휴는 긴 시간 함께해 막상 보내려니 더 짠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날은 미국에서 온 외국인 가족도 보였다.
조쉬 그루브(63·미국)씨는 “한국 문화에 관심 있어 가족과 함께 여행 중이다”며 “대구에서 먹은 갈비찜은 특히 맛있었고, 여행 시기가 추석과 겹쳐 한국의 연휴 기간 분위기도 체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대구시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 고속버스터미널 역시 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버스 기사와 터미널 관계자는 “진주 가시는 분 여기로 오시면 됩니다”, “서울 승차하세요. 버스 출발합니다” 등을 외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시민들은 저마다의 짐을 한가득 들고 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지어 있었다. 급히 화장실을 사용하기 위해 뛰는 사람, 탑승 위치를 찾지 못해 허둥대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홀로 계신 어머니를 보기 위해 대구를 찾았다는 이동휘(40대)씨는 “평소 일 때문에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다”며 “늘어나는 어머니의 주름을 볼 때마다 빠른 세월이 야속하기만 합니다”고 말했다.
버스를 타고 떠나는 딸에게 연신 손을 흔들며 차량이 온전히 터미널을 나갈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부모도 있었다.
대학생 딸을 둔 박모(55·여)씨는 “학업에 집중하는 딸을 방해하는 것 같아 평소 전화 몇 통으로 안부를 묻는 것이 전부다”며 “올해는 긴 연휴를 맞아 집에서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눈물을 삼켰다.
이번 연휴(9월27일~10월3일) 기간 동대구역은 열차를 평시대비 106.9%를 늘려 총 2168회(일평균 310회) 운행한다.
KTX는 평시 대비 103회 증가한 1376회(일평균 197회), 일반열차는 평시 대비 36회 늘어난 792회(일평균 113회)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날 오후 2시30분 기준 승용차를 이용한 주요 도시 간 예상 소요 시간을 대구~서울 3시간53분, 대구~강릉 3시간 41분, 대구~광주 2시간 11분, 대구~대전 1시간48분, 대구~부산 1시간37분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