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전령 홍매화가 웃는다.
버들강아지가 춤추고 봄의여신이 미소짓는다.
꽃의 여신 플로라도 나풀대는 봄 바람에 눈 인사를 보낸다.
생명의 잉태다.
지저귀는 새들의 노래소리가 정겹기만 하다.
한갓지게 가고픈 문경으로 봄 바람 가슴에 안고 떠나보자.
그곳은 마음의 안식처고 포근한 어머니의 품이다.
초록의 생명을 느껴보자.
문경은 아름답다.
풍부한 문화 유산, 아름다운 자연 경관, 방문객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자랑한다.
여행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문경에서 방문하기 가장 좋은 장소는 너무나 많다.
유서 깊은 사원부터 경치 좋은 등산로, 맛있는 현지 요리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이 매력적인 지역에는 모두를 위한 무언가가 있다.
▣문경새재 도립공원
택리지에는 ‘조선 선비의 반이 영남에서 나왔다’라는 기록이 있다.
그만큼 영남지방의 수많은 사람이 한양으로 올라가 과거를 봤다는 이야기이다.
청운의 꿈을 안고 한양으로 올랐던 아랫지방 사람들이 하나같이 선택한 길이 있다.
이성계가 건국 직후 만든 동래(부산)에서 한양을 연결하는 영남대로이다.
‘나는 새도 넘어가기 힘든 고개’라 하여 붙은 이름 조령(鳥嶺).
조령을 우리말로 읽은 것이 ‘새재’인데 영남대로에서 가장 힘든 곳이 ‘문경새재’이다.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 억새풀이 우거진 고개, 또는 하늘재와 이우리재 사이, 새로 된 고개 등의 뜻으로 새재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임진왜란 이후 설치한 3개의 관문인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사적 제147호로 지정돼 있다.
많은 문화유적과 함께 옛 선비들이 청운의 뜻을 품고 넘나들던 장원급제길, 책바위 등이 남아 있다.
1~3관문까지의 문경새재 흙길은 맨발로 걸을 수 있어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힐링 관광지로 제격이다.
해발 1000m가 넘는 주흘산과 조령산 사이를 잇는 까마득한 고갯길.
다른 길이 있었음에도 ‘합격하는 길’이라는 소문에 봇짐에 짚신 한 죽을 달고 선비들은 고된 문경새재를 경건하게 넘어갔다.
이미 시작된 과거 시험의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것처럼 말이다.
문경시에서 차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문경새재 도립공원은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꼭 방문해야 할 곳이다.
이 공원은 한국 전나무와 같은 희귀종을 포함, 놀랍도록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지다.
방문객들은 쉬운 산책에서 도전적인 트레킹에 이르기까지 공원의 많은 하이킹 코스를 탐험할 수 있다.
공원의 하이라이트는 수세기 동안 여행자들이 사용했던 역사적인 관문인 새재 고개다.
여기에서 방문객들은 주변 산과 강 계곡의 멋진 전망을 즐길 수 있다.
좀 더 여유로운 야외 활동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문경산 자연휴양림은 도시에서 벗어나 고요한 휴식을 제공한다.
숲에는 다양한 등산로와 피크닉 장소, 캠핑장이 있어 가족 및 단체 여행객에게 인기다.
방문객들은 낚시, 자전거 타기, 조류 관찰과 같은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도 있다.
▣문경찻사발축제
문경의 풍부한 문화유산을 맛보려면 문경전통다완축제에 꼭 가보자.
이 연례 행사는 100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가는 이 지역의 유명한 도자기 산업을 기념한다.
방문객들은 한국 전통 도자기의 역사에 대해 배우고, 숙련된 장인의 시연을 관람한다.
직접 찻그릇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현지 차와 한국 전통 간식을 꼭 맛보면 더할 나위없다.
문경은 예부터 ‘점촌(店村)’이라 불렀다.
‘도자기 마을’이다.
현재까지도 전통 방식을 통해 ‘달항아리’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백자를 만들며 일반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다기(茶器)인 찻사발, 식기 등을 만들어 왔다.
오는 4월 27일~5월6일까지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에서 ‘문경찻사발축제’가 열리니, 도자기에 관심 있는 여행자라면 좋은 기회다.
찻사발은 한일 수교 이후 일본에서의 대량 주문과 함께 1990년대 이후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시중에 생산과 유통, 공급이 많아졌다.
당시 문경은 도자기를 굽기 좋은 질 좋은 토양과 풍부한 땔감, 맑은 물을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던 탓에 품질 좋은 도자기를 만들 수 있었다.
게다가 한양으로 가는 중요 길목에 있던 터라, 문경의 도자기는 빠르게 전국 각지로 퍼져 나가게 됐다.
올해로 26회째를 맞은 문경찻사발축제에서는 찻사발을 만드는 과정부터 활용하는 방법까지 모두 관람할 수 있다.
전통 방식인 장작으로 불을 지피는 망댕이가마도 체험해 볼 수 있다.
찻사발의 역사와 기원을 알 수 있는 기획 전시도 열린다.
행사로는 외국과의 도자 교류전, 전국 찻사발 공모 대전, 도예 명장 특별전, 문경 도자 기획전 등이 있다.
올해는 기존 관념에서 벗어나 차만을 담던 찻사발에 커피와 밥까지 담아보는 새로운 도전과 누구나 쉽게 접근이 가능한 대중화된 가성비 높은 찻사발과 식기 등이 더 많이 출품될 예정이다.
행사가 열리는 문경새재오픈세트장은 현재도 한국 사극의 대부분을 촬영하는 촬영장으로 지난 2000년 태조 왕건 촬영장으로 준공됐다.
이후 문경시 지원으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변신해 광화문, 교태전, 동궁, 서운관, 궐내각사, 양반집 등을 추가 건립하여 기존 초가집과 기와집을 합해 130동의 세트 건물로 구성된 모습을 갖췄다.
가옥마다 지역 도자기 장인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전시, 홍보, 판매하며 각종 체험행사와 이벤트를 연다.
조선시대를 연상하게 만든 드라마촬영장 내에서 조선 선비의 정취와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도자기와 찻사발, 식기 등을 직접 만지고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는 재미도 느껴 볼 수 있다.
▣도자기와 오미자의 고장, 문경
문경대로 2416에 ‘문경 도자기박물관’이 보인다.
이곳은 문경 도자기를 알리기 위해 설립된 곳이다.
토기, 청자, 백자, 근현대 도자기를 전시·판매하며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전시실은 공예관, 다실 체험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11세기부터 19세기 사이에 제작된 청자, 분청사기, 백자를 감상할 수 있고 현대 문경 도예가들의 작품도 살펴볼 수 있다.
전통 가마인 망댕이가마, 문경에서 제작된 분청사기와 백자 사발, 대접, 접시, 종지, 병, 제기 등이 있다. 별관에는 ‘문경 도자기 홍보판매장’도 운영 중이다.
전통 방식의 장작가마인 망댕이가마를 고수하고 있는 지역 35인 도공들의 모임인 ‘문경 도자기협동조합’ 조합원들의 작품을 상설로 팔고 있다.
근처에는 오미자 와인으로 유명한 ‘오미나라’도 들러볼 만하다.
지역 오미자를 원료로 와인 포함 19종의 술을 제조하는 와이너리로, 와인제조 과정을 볼 수 있는 발효·증류·숙성·영상실과 와인 시음판매장으로 구성돼 있다.
오미자 재배과정과 와인 제조 공정 및 시음을 경험할 수 있으며 와인도 구입할 수 있다.
위스키 마스터 블렌더이자 양조 장인으로 알려진 이종기 사장이 생산 개발한 오미로제는 6년이 걸리는 제조공정과 정성만큼 그 품질이 뛰어나 한미 정상회담 등 국가의 다양한 행사에서 공식 만찬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인근에는 9대를 이어 3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도예 명가, 국가무형문화재 김정옥 사기장이 운영 중인 ‘영남요’, ‘문경 국가무형문화재 전수관’으로 불리는 곳이 있다.
영남요는 국가무형문화재 7대 백산 김정옥 사기장 보유자, 8대 김경식 사기장 전승 교육사, 9대 김지훈 사기장 이수자를 낳은 도자 가문이다.
오랜 전통과 장인정신으로 조선백자의 가치와 품격을 높이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영남요 1대 김취정은 영조 시대에 활동한 사기장으로서 국가무형문화재 사기장 전수관에 전시되어 있는 발 물레를 처음 제작하여 사용한 인물이다.
잠시라도 시간을 내어 도자기 제작 기법을 계승 전수하고 있는 영남요를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문경온천 지역으로 이동하면, 대한민국 도예 명인 ‘미산 김선식 사기장’이 운영하는 ‘관음요 도자기 전시판매장’도 둘러볼 만한 곳이다.
경북도 최고 장인인 그는 현재 문경 도자기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다.
미산은 도자기와 찻사발의 대중화는 물론 가성비 좋은 제품을 대량으로 출시, 누구나 찻사발을 쉽게 접하고 쓸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뛰고 있는 인물이다.
찻사발에 커피를 접목하는 고민도 하고 있다.
중대형 한식당에는 전통 장작가마에서 구운 식기를 50~70% 이상 인하된 가격에 구입, 사용할 수 있도록 대량 생산방식도 구상하고 있다.
문경은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유산, 그리고 체험이 가득한 지역이다.
여행하기 좋은 도시가 바로 문경이다.
조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