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의료·연금개혁에도 제동이 걸렸다. 윤 정부 출범 초기부터 무게를 실었던 정책인 만큼 탄핵 정국과 맞물려 사실상 추진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15일 정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의 직무가 바로 정지되면서 주요 국정과제였던 의료·연금개혁도 시작 전에 좌초될 처지에 놓였다.특히 의료개혁은 윤 대통령이 의·정 갈등 장기화에도 끝까지 완수하겠다고 밝히며 힘을 실었던 정책 중 하나로 꼽힌다. 정부는 지난 2월 지역·필수 의료를 살리기 위해 향후 5년간 의대 정원을 2000명씩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의대 정원이 늘어나는 건 1998년 제주대 의대가 신설된 이후 27년 만에 처음이다.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로 의·정 갈등이 10개월째 지속되고 있음에도 정부는 의료개혁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의료개혁은 연말까지 핵심 과제를 마무리하고 임기 내에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 구축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하지만 이달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의료계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반응이 나온다. 당시 발표된 계엄사령부 포고령에는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고 적혀 있어 충격을 줬다.포고령에 언론과 출판을 제외하고 특정 직역의 지침을 명시한 건 의료인이 유일하다. 실제 `처단`이라는 표현을 두고 의료계의 반발이 날이 갈수록 커졌다. 의료계 여론 악화로 대한병원협회도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참여를 중단했다. 지난 1일 여야의정 협의체가 출범 3주 만에 중단된 데 이어 의료계와 대화의 폭이 더 좁아진 셈이다.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최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통해 "최근 어려운 상황으로 의료개혁 방안 논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논의를 진전시켜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정부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연금개혁안도 폐기 기로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정부는 지난 9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단계적으로 13%까지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42%로 유지하는 연금개혁안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발표한 가입자 수와 기대여명에 따라 연금 인상액이 조정되는 자동조정장치와 중장년과 청년층의 보험료율 차등화도 담겼다.정부안 발표 이후 야당은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소득 보장이 너무 적고 보험료율 차등화로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 등으로 줄곧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연금개혁을 위해서는 여야 간의 합의가 필수다.여야는 가까스로 이번 정기국회 내 연금특위를 출범시키는 데 의견을 모았지만, 논의는 또다시 불투명해졌다. 여기에 윤 대통령마저 탄핵 위기로 국정 운영에 힘이 빠지면서 정부안에 힘을 모아주기 힘들어졌다는 관측이다.`복지부 수장` 공백 우려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 이후 지난 4일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다만 조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최종 사퇴 전까지는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김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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