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문제를 유출한 강남지역 어학원 관계자, 브로커 등 22명이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김영문)는 SAT 기출문제를 불법으로 취득해 강의한 학원 12곳을 적발하고 학원 운영자·강사 14명, 문제 유통브로커 8명 등 모두 22명을 저작권법 위반 등 혐의로 적발했다고 17일 밝혔다.
검찰은 이중 A어학원 원장 김모씨(28) 등 21명을 불구속기소하고 최근 입대한 브로커 1명를 군 검찰로 이송했다.
이들 중에는 2007년 1월 동료 강사와 공모해 같은 날 미국 뉴욕에서 치러질 예정이던 SAT 문제를 빼내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 답안을 게시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스타강사 `제프리 손`(42)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SAT 학원은 복제·배포가 금지된 SAT 기출문제를 암기하거나 촬영하는 방법으로 입수·강의해 원저작권자인 칼리지 보드(College Board)의 허락없이 이를 이용해 강의를 한 혐의다.
SAT(Scholastic Aptitude Test) 시험은 미국 대학수학능력 시험의 일종으로 비영리단체인 칼리지 보드가 저작권을 갖고 있고 ETS가 실제 시험문제 개발과 관리, 시험 운영 등을 주관하고 있다.
SAT는 문제은행 방식으로 출제돼 기출문제 유출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있다. 일부 문제에 대해서는 ETS의 인정경로를 통해 구입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문제의 복제나 배포는 금지된다. 즉 SAT 기출문제를 이용한 학원 강의는 불법이다.
이번에 기소된 이들 중 A어학원 원장 김씨는 미국 괌에서 실시된 SAT 시험장에 카메라를 숨기고 들어가 문제를 촬영하려다 적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또 1인당 10만원씩을 주고 아르바이트생 4명을 고용해 지난해 5월 우리나라에서 실시된 SAT 시험문제를 암기해 오도록 한 혐의(업무방해) 등도 받고 있다.
시험문제 유출 브로커인 김모씨(22)는 SAT 기출문제를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후 이를 학원 강사와 다른 브로커, 일반 수험생 등에게 2010년부터 올해 3월까지 총 358회에 걸쳐 다시 팔아 2억2000여만원을 챙긴 혐의(저작권법 위반)다.
적발된 브로커들은 비공개 기출문제는 최고 30만원, 공개된 기출문제는 최고 2만원 등을 받고 국내외 인터넷사이트나 강사들에게 판 것으로 조사됐다.
강남지역 B어학원 원장 김모씨(28·여)는 기출문제 브로커를 통해 4700여만원 상당의 SAT 기출문제를 입수해 학원에서 강의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일부 SAT 학원이 문제를 불법으로 유통하고 이를 노린 브로커까지 활동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지난 2월 학원 12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9개월여에 걸쳐 어학원 14곳, 원장 자택 등 총 44곳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최근 압수수색한 어학원 한 곳에 대해서 미국에 자료 분석을 요청했고 나머지 한 곳에 대해서는 자료 분석이 덜 돼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문제를 ETS 측에 보내 유사성 여부를 확인한 결과 "ETS가 출제한 문제와 같다"는 회신을 받았다.
검찰은 기출문제 불법 유통과정에서 광범위한 문제지 불법 유통구조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통제하기 위해 포털 사이트에 기출문제 유통 게시글에 대해 제한조치를 실행하도록 촉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SAT 문제 유출로 인한 국제적 신인도가 추락한 점 등을 고려해 기출문제로 강의한 강사 전원을 불구속기소했다"며 "학부모의 SAT 학원 선택의 기준이 기출문제 소지 여부였다고 할 정도로 저작권 인식이 미비했으나 이 수사를 계기로 저작권 및 공정경쟁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SAT 시험은 전세계적으로 해마다 6회(미국은 7회) 실시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연이은 문제유출 사건으로 7월부터 1년에 4회만 실시하는 것으로 변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