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국선열이란 말은 입안에서 묘한 슬픔을 동반한 발음이 이뤄지는 착각을 일으키는 단어다. 아마 타오르는 애국정신으로 맞섰으나 결국 국권수호에 실패하고 일본군의 총앞에 쓰러져야 했던 선조들이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1910년 8월 29일 경술국치일. 그 이후 100여년이 지나 순국선열은 전설상의 단어가 되어버렸다. ‘조금 더 빨리 조금 더 멀리’ 해방 후 한국은 이 구호에 걸맞은 급속성장에 성공했고, 그 기간에 돈 안되는 과거와 역사는 묻어버렸기 때문이다. 대학입시시험 과목에서 국사는 비중이 매우 적거나 선택과목 취급을 받아 자라나는 세대들의 역사의식은 희미해졌으며 과거의 영광된 가치만 재조명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순국선열이란 안타까운 희생자들은 더더욱 설자리를 잃어버렸다.최근 들어 일본에 우경화를 지향하는 정권이 들어서며 일본 정치인들의 우리나라에 대한 과거사 발언이 도를 넘어 만행에 이르는 수준에 이르렀다. 물론 양심있는 일본인들도 많고 그들은 현 아베 정권의 과거사를 대하는 태도에 불만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아베 정권에 지지를 보내는 일본인들이 더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일본인들이 생각하는 가장 치욕스러운 단어는 ‘칙쇼(畜生)’이다. ‘짐승 같은 놈’이란 의미인데 주로 은혜를 모르는 자들을 비난할 때 쓰인다. 보은을 그렇게 중시하는 민족이 타인을 괴롭힌 과거를 잊으려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스스로 칙쇼(畜生)란 욕을 먹는 짓이 아닐까?그들은 잊으려 할수록 덮으려 할수록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되는 일제강점기 과거사. 그 아픈 기억의 중심에 서있는 순국선열들의 거룩한 영혼과 위대한 애국심을 추념하고 되새겨보는 날이 11월 17일 ‘순국선열의 날’이다.그 날은 우리가 잊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날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결코 그 시절을 잊지 않았으며 그때의 치욕을 다시는 겪지 않으리란 각오를 다짐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오는 17일 순국선열의 날. 대한민국을 자랑스러운 조국으로 생각하고, 일제강점기를 생각하면 슬픔과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경건한 마음으로 순국선열에 대해 애도와 존경을 표해야 할 것이다.경주보훈지청 복지과 윤명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