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가 끝없이 추락한다. 검찰의 위상도 곤두박질친다. 검찰은 돈 검사, 벤츠 여검사, 그랜저 검사, 성(性) 검사 등 잇단 스캔들로 계속 일그러져왔다. 전 검찰총장은 혼외 아들 존재에 대한 도덕적 의혹을 부인하다가 법적 대응마저 스스로 포기함으로써 의혹만 더 키웠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39개 중앙행정기관 청렴도 조사에서 검찰은 꼴찌인 5등급을 받았다. 놀랍게도 4년 내리 그랬다.   상명하복의 검찰조직에서 지휘자와 후배 검사가 국회에서 서로 내가 옳다고 다투는 모습까지 TV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줬다. 이 와중에도 검찰은 불신의 불씨를 던졌다. 그것은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및 삭제 의혹에 대한 수사에서 비롯됐다. 검찰은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을 공개적으로 소환 조사했다. 그러나 정작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의혹으로 고발된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 권영세 주중 대사 등에 대해서는 슬그머니 서면조사를 했다. 이것이 들통 남으로써 ‘정치검찰’이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야당에게 수사의 형평성에 대한 공격의 빌미를 주었다. 정치공방에 묻혀 정작 국가기록물 실종에 대한 검찰 수사의 본질마저 흐려지는 것이나 아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일부 검사들의 반복되는 도덕적 문란과 타락, 검찰 수사의 정치적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혹 자초 등 그야말로 검찰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검찰이 과연 부패척결과 국가기강 확립이라는 본연의 임부를 감당할 수 있을지 심각히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당장 대대적인 도덕재무장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혁명적으로 인적 쇄신을 해야 한다. 자체 감찰 기능을 강화해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검사들을 끊임없이 도려내야 한다. 훌륭한 인성(人性)을 갖춘 인재들을 등용할 수 있도록 검사임용제도도 개혁돼야 한다.   정치적 독립, 수사의 공정성 확보는 검찰의 핵심 존립기반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의 확고한 철학과 검찰 자신의 정치적 독립 의지, 결의, 용기가 필수적이다. 대통령은 검찰을 정권유지를 위한 정치적 도구가 아니라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한 존재로만 인식해야 한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도 검찰의 정치적 독립과 공정한 검찰권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실천력을 갖춘 인물을 고를 수 있도록 개혁돼야 한다. 검찰총장의 2년 임기도 본인의 귀책사유가 없는 한 보장돼야 한다. 독립성과 공정성을 못 지키는 검찰은 결국 물러난 정치권력의 목을 겨누는 부메랑이 되기 쉽다. 역사의 가르침이다.   검찰은 끊임 없는 내부 정화(淨化)와 함께 정치권력의 어떤 부당한 압력도 물리칠 수 있는 용기와 결의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우리는 현역 검사나 검찰을 떠난 지 얼마 안된 사람이 정계에 진출하는 사례를 너무 많이 보아왔다. 그런 사람은 현직에 있을 때 정치권을 기웃거리거나 정치권 눈치를 보느라 정치적 이해가 얽힌 수사를 공정하게 처리하지 않았을 개연성이 크다. 검찰은 스스로 정치와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   일본 검찰도 전후 20여 년 동안 ‘정치권력의 시녀(侍女)’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그러나 1976년 이른바 록히드 뇌물사건으로 일본 정계의 최고 거물 다나카 전 총리를 구속한 데 이어, 80년대 다케시타 정권을 무너뜨린 리쿠르트 사건, 90년대 일본 정계의 실력자 가네마루 자민당 부총재를 구속시킨 사가와규빈 사건 등 이른바 ‘거악(巨惡)과의 3대 전쟁’을 통해 부패한 정치권력을 끝까지 단죄함으로써 오늘의 신뢰받는 검찰로 거듭났다. 일본 검찰의 정치권력 부패척결이 결과적으로 38년 동안 이어져온 자민당 장기집권의 종식과 호소카와 정부의 정권교체로 이어졌다. 일본 검찰의 신뢰회복은 지휘부의 정치적 독립에 대한 확고한 결의와 일선 검사들의 용기가 한데 어우러져 이루어낸 성과였다.    검찰개혁을 위해서는 ‘상설 특별검사제’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5년 또는 10년의 한시적인 제도로 운영해 검찰의 신뢰회복 촉진제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검찰에는 차관급 자리가 50개가 넘는다. 막강한 권력에 높은 직위까지 보장하는 것은 어떤 논리로도 납득할 수 없는 특권이다. 특권은 남용과 부패를 낳기 마련이다. 이런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는 한 검찰 개혁은 헛꿈이 되기 쉽다.    검사들의 철저한 도덕재무장과 정치적 독립 의지가 없이는 검찰이 결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도, 거듭날 수도 없다. 검찰이 높은 도덕성을 갖추고 독립적이고도 공정한 검찰권을 행사한다면 살아 있는 권력도 검찰을 이용할 생각을 갖기 어려울 것이고, 부패 유혹에도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검찰에 대한 정치권력의 부당한 간섭과 압력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기도 하다.     필자   김강정 (사) 선진사회만들기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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