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5일은 50주년 무역의 날이었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수출에만 매진해온 결과, 겨우 1억2000만 달러에 불과했던 연간수출액은 정확히 50년이 지난 지금 5600억 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4700배나 커진 것이다. 올해 무역흑자도 사상최대가 예상된다고 한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 8위의 무역대국으로 우뚝 서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기념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7년 뒤인 2020년엔 연간 무역액 2조 달러 달성, 세계 5위의 무역대국 입국을 선언했다. 어렵겠지만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올해는 물론 최근 몇 년간 우리 스스로도 놀라는 무역액을 기록했지만, 이런 과실을 여유롭게 즐기는 기업은 삼성과 현대·기아차뿐이라는 독설 같은 비판도 참고해야 한다. 이들이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큰 건 원천기술 확보 및 끊임없는 혁신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7년 뒤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이런 기업들이 끊이지 않고 줄지어 나와야 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정부 전략대로 현재 수출액 중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견·중소기업을 집중 육성하는 것이다. 320만개가 넘는 중소·중견기업 중 수출을 하는 곳은 고작 2.7%인 8만6000개에 불과한 건 우리의 경제규모와 무역규모를 보더라도 너무 비중이 작다. 전략대로 된다면 중소기업은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은 대기업으로 성장하고 일자리도 증가할 것이다.
우려되는 부작용도 있다. 대외의존도가 더욱 높아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외풍이 크게 불 때마다 우리 경제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때마침 방한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 총재가 내수 증가에 힘쓰라고 한 지적은 은근히 뼈아프지만 맞는 말이다. 국민총소득의 약 60%에 불과한 가계소득이 선진국처럼 70% 이상으로 커지도록 해야 한다. 놀라운 무역규모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절반이 하층민이라고 인식하는 건 이런 구조도 기여하고 있다.
목표 달성 전에 고쳐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