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피겨여왕` 김연아(23)와 그의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23·일본)의 경쟁이 한층 뜨거워졌다.
김연아가 오른 발목 부상 없이 2013~201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시리즈에 출전했다면 벌써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경쟁이다.
부상에 발목이 잡혀 김연아가 다소 늦게 시즌을 시작하면서 12월 들어서야 둘의 본격적인 대결이 펼쳐졌다.
김연아가 소치동계올림픽 리허설 무대로 점찍은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가 2013~2014 ISU 그랑프리 파이널과 같은 시기에 열리면서 둘은 간접 대결을 펼쳤다.
4년 전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세기의 대결`을 선보였던 김연아와 아사다는 각각 나선 대회에서 200점을 넘기며 우승, 소치동계올림픽의 강력한 우승후보임을 증명했다.
김연아와 아사다는 주니어 시절부터 여자 피겨를 양분하며 대결을 펼쳐온 `라이벌`이다. 둘의 경쟁이 최고조에 올랐을 때는 밴쿠버동계올림픽이었다.
당시 김연아와 아사다 모두 혼신의 힘을 다한 연기를 펼치며 진검 승부를 벌였다.
김연아는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는 사상 최고점(228.56점)을 얻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사다는 205.50점을 기록했으나 김연아에 밀려 은메달에 만족해야했다.
김연아는 일생일대의 꿈인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이루고 은퇴를 고민했다. 아사다는 계속해서 선수로 뛰겠다며 대회에 나섰으나 부진을 거듭하며 암흑기를 보냈다.
지난해 7월 김연아는 소치동계올림픽을 마치고 은퇴하겠다는 뜻을 드러내며 방황을 끝내고 빙판 위로 돌아왔다. 라이벌이 돌아온 덕분인지 아사다도 2012~2013시즌부터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김연아와 아사다는 지난 3월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 차례 맞대결을 펼친 바 있다. 당시 김연아가 218.31점을 얻어 우승했다. 아사다는 쇼트프로그램 부진 탓에 196.47점으로 3위에 만족해야했다.
본격적으로 올림픽 시즌이 시작된 가운데 아사다는 펄펄 날았다.
아사다는 2013~2014시즌 그랑프리 1차, 4차 대회에서 모두 200점을 넘기며 우승, 승승장구했다. 특히 일본 도쿄에서 벌어진 그랑프리 4차 대회에서는 개인 최고점인 207.59점을 찍으며 우승했다.
뒤늦게 시즌을 시작한 김연아는 아사다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김연아는 6일(한국시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73.37점을 획득, 아사다가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기록한 올 시즌 쇼트프로그램 최고점을 갈아치우며 건재함을 뽐냈다.
아사다는 7일 오후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총 204.02점을 받아 대회 2연패 달성에 성공했다.
그러나 몇 시간 뒤 김연아는 이에 웃도는 점수를 내며 우승했다.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에서 131.12점을 받아 총 204.49점으로 정상에 올랐다.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가 그랑프리 시리즈와 비교해 수준이 떨어지는 대회여서 점수만 놓고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김연아와 아사다가 먼 거리에 있는 서로를 보면서 적잖은 자극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완벽하게 뛰면서 아사다의 기를 죽였다. 아사다는 쇼트프로그램에서도,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장기로 삼는 트리플 악셀을 잇따라 실패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아쉬움을 남긴 김연아도 마냥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그는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실패했고, 스텝시퀀스와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에서도 만족스러운 레벨을 받지 못했다.
이들의 라이벌 구도를 위협할 것으로 보였던 러시아의 유망주들은 전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소치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은 또 다시 김연아와 아사다의 대결로 압축될 전망이다.
김연아와 아사다도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고 있다.
아사다는 "김연아가 없었다면 나도 성장할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김연아도 "아사다가 없었으면 이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쭉 해왔다. 서로에게 동기부여와 자극이 되는 선수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희대의 라이벌로 소치에서 두 번째 진검승부를 김연아와 아사다가 어떤 대결을 보여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