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의료법인이 자회사를 설립, 영리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키로 했다. 그동안 학교법인은 자법인(子法人) 설립이 자유로운 반면 의료법인은 허용이 되지 않았다. 또한 2002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약사법 제20조)에도 불구하고 약사들의 반발로 도입이 늦춰졌던 `법인약국` 설립 허용도 다시 추진된다. 법인약국은 약사들의 반발을 고려, 주식회사 대신 약사들만 지분 투자를 하는 `유한책임회사` 형태로 허용된다. 정부는 13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제4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어 이같은 투자활성화대책을 확정했다.
보건·의료 분야는 성장잠재력이 크지만, 그간 이해관계 대립 등으로 수십 년째 진전을 이루지 못한 영역이다. 이번에 정부는 해당 업계의 반발을 고려해 민감한 부분을 피하는 우회전략을 폈다. 의료기관 자회사 설립이 허용되면 환자진료를 제외한 의료기기 구매, 숙박업, 여행업, 외국인환자 유치업, 의약품·화장품·의료기기 개발 등으로 부대사업이 확대된다. 하지만 정부는 의료법인이 무분별하게 자법인을 세워 대주주 친인척에게 일감을 몰아주거나 변칙적인 상속·증여 행위를 할 수 없도록 모법인의 출자비율 30% 제한, 부당 내부거래 제한, 고유목적사업 재투자 의무 등 방화벽을 설치한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병원을 비영리법인으로 둔 상태에서 자회사 설립을 통한 새로운 시장 및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는 것으로, 극심한 논란을 초래했던 병원 영리법인 허용과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고용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 분야에 대한 투자활성화 차원이란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정부의 병원 자회사 영리화가 영리병원 도입의 사전단계라든가 법인 약국이 대형화를 통해 경쟁에 나설 경우 기업형 슈퍼마켓(SSM)처럼 동네 약국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정부는 보건·의료계의 의혹을 불식시키도록 세부 대책을 잘 다듬어 본래 의도했던 성과를 거두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