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철도노조의 불법파업이 열흘을 지나면서 역대 최장기 철도파업에 접어들어 국민을 극도로 불안하게 하고 있다. 장기화 우려 속에 후유증도 점차 커지고 있다. 대학생이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지하철에서 인명 피해가 나왔고, 화물 운송은 거의 끊긴 상태다. KTX까지 제한 운행에 들어간 가운데 18일에는 서울 지하철 1∼4호선 파업이 예고돼 있다. 정부가 파업 지도부 체포에 나서는 등 강경 대응하고 있지만, 노조는 오히려 파업 전선을 확대하고 있는 형국이다. 노조가 수서발 KTX 자회사 신설이 민영화 음모라며 파업에 들어간 것부터가 난센스다. 문제의 자회사는 민영화는커녕 민간기업의 제한적 진입마저도 철저히 봉쇄한 형태다. 이번 파업은 향후 개혁 시도 자체를 차단하겠다는 의도일 뿐이다. 부채가 17조 원이 넘는 코레일의 방만 경영을 바로잡으려면 경쟁 체제 도입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그래서 김대중·노무현정부는 민영화를, 이명박정부는 민간 시스템 도입을 시도한 것이다. 역대 정부가 철도파업 때마다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했지만, 파업은 반복되고 있다. 파업 후 징계·처벌을 한 대신, 추진했던 개혁 작업을 거둬들인 탓이다. 박근혜정부의 자회사안은 그나마 개혁을 언급하기 민망할 정도로 초라한 내용인데도 외려 수세에 몰리는 모습이다. 대학가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대학생의 현실 인식을 일깨운 점은 반길 일이지만 계기를 철도파업으로 삼은 건 설정 오류다. 연봉 6500만 원을 받는 철도노조원은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 파업은 공공성 뒤에 숨어 경쟁 무풍지대를 유지하려는 것이고, 이런 ‘기득권 노조’가 청년실업을 더 악화시켜온 것 아닌가. 1980년대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와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파업병(病)을 고쳤다. 대처 총리는 국영 탄광 개혁에 저항(抵抗)하는 광산노조의 파업에 대해 1년 이상 굴하지 않았다. 레이건 대통령은 항공 안전을 볼모로 한 항공관제사의 불법 파업에 ‘전원 해고’는 물론 연방공무원으로의 재취업까지 봉쇄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런 방식이 통한 배경에는 단호한 리더십에 더해 정부의 치밀한 사전 준비와 국민의 지지가 있었다. 이번 철도파업은 개혁이 왜 필요한지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개혁에 저항하는 파업 악순환을 끊으려면 시민이 불편을 감수하는 인내가 필요하다. 대신 정부는 노조를 달래서 파업을 끝내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개혁 강도를 더 높여 파업병의 근원을 이번 기회 확실히 그리고 정확하게 제거해야 하겠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