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 나서는 한국 여자봅슬레이대표팀에는 눈에 띄는 선수가 있다. 바로 `엄마 선수` 김선옥(34·서울연맹)이다.이용(36) 감독이 이끄는 한국 봅슬레이대표팀은 캐나다·미국에서 있은 전지훈련과 대회 참가 등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22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여자대표팀의 김선옥은 사연이 많은 태극전사 가운데 한 명이다.
김선옥은 20대 시절 육상 단거리 선수로 활약했다. 1998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 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다. 그는 2008년 아들을 낳은 후 운동을 그만뒀다. 다시 운동을 시작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김선옥은 "아이를 출산하고 다시 운동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해서인지 운동이라는 것 자체가 지긋지긋했다"고 회상했다.
봅슬레이를 만나면서 김선옥의 인생은 다시 바뀌었다. 2011년 대표팀에 합류해 봅슬레이를 시작한 김선옥은 `스포츠인 DNA`가 남아있던 탓인지 늘어가는 기량에 즐거움을 느꼈다.
"봅슬레이를 만나고 나서 달라졌다"는 김선옥은 "한국에서만 훈련을 하다가 처음에 경기장에 가서 탔는데 시속 130㎞가 나왔다. 여러번 뒤집어졌다"며 "그러면서도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조건 속에서도 재미를 느꼈고, 기록이 늘어나는 재미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경험을 하니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 호기심이나 신기한 것도 있었다. 기량이 올라가는 것이 보이니 즐거웠다"며 "다시 운동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김선옥이 다시 운동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집안의 반대는 적잖았다.
김선옥은 "아버지가 `아이를 떨어뜨려 놓고 운동을 할 수 있겠느냐`고 하셨다"며 "하지만 아이가 `다치지 말고 열심히 하라`고 응원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님 마음이 바뀌셨다. 열심히 훈련하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고 돌아봤다.
이어 "신랑의 외조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아이는 아직 올림픽이라는 무대가 얼마나 큰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열심히 응원해주기에 `엄마` 김선옥은 힘이 난다.
김선옥은 "아이가 올림픽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얼마나 큰 무대인지 알지 못한다. 봅슬레이를 보여주면 `이것이 봅슬레이구나`는 것은 안다"며 "아이가 `뒤집어지지마, 아프지마`하고 응원해준다. 아이가 그렇게 말해주면 경각심이 생긴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사실 2013~2014시즌 초반에 부진해 올림픽에 나서지 못할 수도 있었던 여자대표팀이다. 하지만 시즌 막판에 선전하면서 김선옥은 신미화(20·삼육대)와 함께 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게 됐다.
김선옥은 "시즌 초반 부진해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니 힘을 내자고 했다"며 "조금씩 포인트를 쌓고, 마지막 경기에서 스타트를 잘해 올림픽 진출이 가능했다"고 되돌아봤다.
그는 한창 때 했던 육상이 봅슬레이에도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육상이 기반이 됐기에 봅슬레이에서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김선옥은 "봅슬레이에서 중요한 것은 힘과 순발력인데 육상을 하면서 쌓은 주력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파워나 체중에서 부족한 것이 아쉬운 점이다. 김선옥은 "외국 선수들에게 비해 왜소하다. 체중을 불리려고 해도 기본 체격이 있어서 잘 늘어나지 않는다"며 "체중과 함께 근력도 키워야 한다. 파워도 함께 기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10살 넘게 차이가 나는 신미화와의 호흡은 척척 들어맞는다.
김선옥은 "신미화와 처음 호흡을 맞췄을 때 실수를 많이 해 실격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족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하다 보니 말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알게 됐다. 아이가 없었다면 호흡을 맞추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딸 하나 키우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며 웃었다.
소치동계올림픽 목표에 대해 김선옥은 "출전하는 것이 1차 목표였는데 달성했다. 올림픽에서는 20위 내에 들어야 4차 시기까지 탈 수 있기 때문에 20위 내 진입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나이가 적지 않은 김선옥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현재 길을 닦고 있는 선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장 눈 앞에 소치만 생각할 뿐 평창까지는 아직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일단 소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평창올림픽은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