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카드사 개인신용정보 유출사고가 불거지자 정치권이 신용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사건과 관련, 모처럼 한 목소리로 국회 차원의 대책 마련에 나설 뜻을 밝혔다니 이를두고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 하겠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카드사 경영진이 허리 굽혀 사과한다고 국민 분노가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며 "고객정보를 내 재산처럼 다루지 않으면 큰일 나겠구나, 정신이 번쩍 들게 해야 한다"고 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도 "개인정보 다루는 모든 기업과 기관들의 보안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하고 형사처벌과 보상에 있어 책임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을 조속히 개정해 국민들이 더 이상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입법부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누구보다 정치권이 이번 카드사 개인신용정보 유출에 가슴이 뜨끔했을 것이다. 이미 국회에 발의된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안 중 한두 건만이라도 제때에 통과했더라면 이번과 같은 대량 정보유출은 막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정치권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국회에 계류중인 개인정보보호 법안 중에는 실질적으로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할 수 있는 법안들이 적지 않다. 주민번호·여권번호·운전면허번호 등을 수집할 때 반드시 암호화 하게 하는 내용이 있는가 하면 개인정보 파기 시 해당 정보가 복구 재생되지 않게 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정보유출 사고 발생 후 24시간 내 이용자 및 관계기관에 통지·신고토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도 있다.
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사건은 주민번호 등이 암호화 되지 않아 피해가 컸다. 이 법안이 시행됐을 경우 정보가 유출됐더라도 암호가 걸려 있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고, 2차· 3차 피해에 대한 우려도 없었을 것이다. 보배가 될 수 있는 법안이 있는데도 정쟁에 눈이 팔려 제때에 꿰지 않은 탓에 정작 국민들만 피해를 본 꼴이 됐다.
개인정보보호법 같이 국민의 일상적 경제활동과 직결된 법이야말로 진정한 민생법안이라 할 것이다. 정치권은 말로만 민생을 챙긴다고 할 게 아니라 국회에서 썩고 있는 10여건의 개인정보보호 관련법부터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그리고 가장 먼저 처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