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을 내놓은 후 반짝하는가 싶던 주택시장 불씨가 다시 꺼져가고 있다고 한다.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고 다주택자와 2주택자들은 보유 주택 매각에 나서고 있다. 전세가 월세 또는 보증부 월세(반전세)로 전환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월세푸어’ ’월세난민’의 한숨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목표에 비해 과세를 너무 강조한 탓이다.
주택임대차 시장의 구조적 전환에 맞춰 정부가 과세 투명성을 높이는 일은 필요하다. 월세와 전세가 부동산 분야 대표적인 지하경제로 남아 있던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정책의 타이밍과 방식이다. 정부가 지난 1년간 4차례의 부동산종합대책과 지난한 국회 설득 작업을 통해 주택시장을 살리려 안간힘을 썼던 것은 부동산 활성화가 가계부채 해결과 소비 진작, 일자리 창출의 열쇠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기 때문이다. 정부 스스로 간신히 살려놓은 주택시장에 경제부총리와 기획재정부가 앞장서 찬물을 끼얹은 셈이니 실로 한심하고 맥 빠지는 일이다.
시장은 예민한 생물과 같다. 현실을 감안해 정교하고 영리한 정책을 시의적절하게 써야 한다. 똑같은 정책이라도 시기에 따라 효과가 제각각이다. 빈사 상태인 환자는 일단 체력을 회복한 다음에 수술을 하는 것이 순리 아닌가.
심지어 기재부는 월세 소득과 전세금에 대한 과세 조치로 연간 몇 명에게, 얼마나 세금을 더 걷게 되는지조차 모른다고 한다. 시장 생리를 모르는 설익은 대책으로 되레 시장만 죽인 꼴이니 소탐대실(小貪大失)ㆍ교각살우(矯角殺牛)의 전형이다. 기재부는 시장이 과민반응하는 것일 뿐 추가 보완대책은 없다고 밝혔는데 무책임한 일이다.
민생과 직결된 주요 경제정책에서 혼선과 실수가 반복되면서 국민 불신과 불안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번 일은 국토부가 아닌 기재부가 너무 나서서 빚은 혼란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경제팀의 리더십 위기와 부조화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