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찬 / 前 기획예산처 차관
연초에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고 해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통일은 막대한 개발 수요와 내수시장의 확대 면에서 침체된 우리 경제에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통일에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사전에 철저히 대비하지 않으면 엄청난 통일 후유증에 시달릴 것이다.
통일비용은 매우 클 것으로 추정된다. 많은 전문가가 통일비용을 예측하지만 신뢰성은 낮다고 생각된다. 참고로 할 수 있는 것이 독일의 통일비용이다. 독일의 경우 1990년 통일 이후 2000년대 중반까지 매년 100조원 이상을 통일비용으로 지불했다. 우리나라 남북한은 독일에 비해 인구 격차는 작은 반면 소득 격차는 커 통일비용은 독일에 비해 더 클 것으로 생각된다(서독 인구는 동독의 4배인 반면 남한은 북한의 2배이고 1인당 GDP는 동독이 서독의 38%였는데 비해 북한은 남한의 5%에 불과하다).
통일비용에 대비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평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통일이 될 경우 재원조달 방안은 세금을 더 걷거나 국채를 발행하거나 외국으로부터 차관을 늘리는 길이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 부담률은 26% 수준으로 외국에 비해 높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조세저항이 심해 일정 수준 이상 증세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올해 초 여론조사에 따르면 통일 관련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있다는 사람이 63%다. 그중 연 10만원 미만 납부 용의가 37%, 10만~20만원이 30%였다. 20만원 이상 납부 용의가 있는 사람은 전체 국민의 20%에 불과하다. 전 국민이 연 20만원씩 내봐야 10조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많은 부분은 국채발행이나 외국에서 돈을 빌려 조달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될 경우 국가부채가 늘어나게 된다. 현재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40% 수준이지만 공기업 부채까지 포함하면 2012년 국가부채는 GDP의 64.5%가 된다. 여기에 잠재적인 국가 부채인 공무원과 군인연금의 적자 요인과 급속한 노령화로 인한 복지비용 증가 등을 감안하면 통일 변수 없이도 국가부채는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따라서 통일이 될 경우 막대한 재정 소요를 감당하려면 평시에 국민 부담률과 국가 부채비율을 낮게 유지해 통일이 될 때 증세와 국채발행을 할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 아울러 복지제도 도입 시에도 통일 후 북한 인구에 대한 지원 소요도 감안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통일 비용의 50% 이상은 동독 인구에 대한 복지비용이었다.
통일비용 대비와 관련해 미리 통일세를 징수하거나 통일기금을 비축하자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으나 실효성이 없다고 본다. 매년 일정한 금액을 통일비용으로 적립하자는 것은 국민의 가처분소득을 걷어 국가가 저축하는 것으로서 거시경제적으로 보면 매년 그만큼 경제를 위축시키는 것이다.
만일 그 돈을 민간에 빌려주면 통일 시 막대한 돈을 갑자기 회수할 때 엄청난 경제적 충격을 주게 된다. 따라서 국가는 개인이나 기업과 달라 통일기금을 매년 적립하는 방안은 합리적이지 않다.
사전에 통일비용을 줄이는 방안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우선 북한의 개방을 유도해 남북한의 격차를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통일 후 북한 지역에 도로·항만 등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할 것인데 이를 미리 지원해 지출 소요를 최소한으로 줄여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북한에 산림녹화를 지원하거나 경지정리 등 농업투자를 지원하는 것이다. 같은 취지에서 북한 어린이에 대한 우유 등 급식지원을 생각할 수 있다. 북한 어린이들이 영양실조가 될 경우 향후 질병에 걸릴 확률이 커져 의료보험 부담이 늘어날 것이다. 북한이 군사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없는 것 위주로 지원하면 남한에 대한 신뢰성 확보나 북한의 개방에도 도움이 되고 통일비용도 절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준비 없는 통일은 후유증이 클 것이다. 막연히 통일을 대박이라고 기대할 것이 아니라 긴 안목으로 통일비용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