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수 언론인1일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고용형태공시에는 대기업들이 고용의 질 개선을 외면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사태 이후 판을 키운 비정규직·불법파견 구조가 굳건하게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이다. 공시 결과를 보니 아파트·공공주택 관리 업계 1위 회사인 우리관리㈜는 전체 근로자 6161명 중 6098명(98.8%)이 비정규직 근로자였다. 정규직 고용 기피현상은 기업 규모가 크거나 시설관리·건설·중공업에서 뚜렷했다.공시제에 참여한 근로자 5000인 이상 대기업 99곳 가운데 비정규직이 전혀 없다고 공시한 기업은 단 2곳(2.0%)에 불과하다. 전체 근로자의 20% 이상이 비정규직·간접고용인 대기업은 65곳(65.6%)에 달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전체 노동자의 69.9%가 간접고용이었다. 포스코건설(65.5%), 삼성중공업(62.8%), 현대건설(65.0%), 현대중공업(59.5%) 등 산재사고에 취약한 건설·중공업 분야가 상위에 랭크돼 있다. 최근 산재로 15명의 사망자를 낸 현대제철(52.5%)과 여수산단 폭발사고로 6명이 사망한 대림산업(56.3%), 올해 초 산재사고 다발 사업장으로 이름을 올린 부영주택(88.9%), 삼성물산(54.6%)도 간접고용 비율이 높기는 마찬가지다. 중공업과 건설업을 포함한 다수의 대기업들이 위험한 작업을 외주화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는데 이번 공시 결과를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 간접고용이 산재 사고의 직접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 하도급, 파견, 용역 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음에도 관계당국은 마땅한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기업 역시 이윤 극대화를 위해 편법으로 간접고용을 활용해 비정규직 노동시장 구조를 방치하고 있다. 이번 공시에 눈에 띄는 점이 또 하나 있다. 미8군, 주한미군교역처, 스타벅스코리아의 정규직 비율이 각각 97.6%, 100%, 99.8%를 차지했다. 박근혜정부의 공약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국내 기업이 아닌 외국계 기업들이 솔선수범하고 있는 셈이다. 설령 미국에 호의적이지 않더라도 이런 고용구조는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싶어도 쉽지가 않다는 업계의 입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적어도 방치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은 게 노동자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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