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너구리’호가 물러나면서 전국 곳곳에 찜통더위가 맹위를 떨치자 소방방재청이 트위터에 안내문을 올렸다. “열사병·일사병 같은 온열질환은 빠른 응급조치가 생명입니다. 제일 먼저 119에 신고하고, 응급조치를 해주세요. ”폭염주의보가 연일 발령중인 대구와 경북일원은 숨이 턱턱 막히는 한증막이나 다름없다. 올해 여름은 예년 같지 않다. 예년보다 열흘가량 늦게 찾아 온 장마는 이름만 장마이지 비가 내리지 않는 `마른장마`다. 장대비는커녕 잠깐 퍼붓는 여우비도 구경하기 어렵다. 저수지마다 물이 메말라 낚시용으로 물위에 띄워 놓았던 낚싯집이 흙바닥에 내려앉았고 유람선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저수지에 푸른 초원이 질펀하다. 기후는 갈수록 더 변덕스럽고 견디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전 세계 기상환경이 점점 불안해지면서 올해는 남아메리카 페루의 열대해상에서 바닷물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강력한 ‘엘니뇨’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한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 하반기에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이 최고 80%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엘니뇨가 발생한 해에는 집중폭우와 심한 가뭄이 빈발한다.폭염대책이 시급해졌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발생한 온열환자 수는 1195명에 달했고 사망사고도 14건이나 되었다. 사망자 중 약 절반이 노인층이었는데 이들 중 6명은 비닐하우스와 논·밭에서 일하다가 변을 당했다. 대구와 경북에서도 많은 온열환자가 발생, 폭염에 쓰러진 어르신들이 119 구급차에 실려 가는 사태가 다수 발생된 것으로 비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대구의 경우 쪽방 달동네 등 거주환경이 좋지 않은 곳의 어르신들이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어서 당국의 보살핌이 필요하다. 요즘 같은 폭염에는 노약자만 아니라 건강한 사람도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야외활동을 삼가는 것이 현명하다. 안전행정부와 지방정부가 재난대응 차원의 대책을 세워 취약계층에 대한 사전점검을 펴서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대규모 정전사태(Black Out)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도 요망된다. 여름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므로 일시적 대책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시민의 안위와 삶의 질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접근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