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효령 뉴시스 기자 "가격 인상 근거는 본사 정책이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쓸데없는 질문을 한다는 듯 의례적인 답변이다. 아니 무성의한 답변이다.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가 6개월 만에 또 가격을 올렸다. 이유는? 없다. 굳이 말하자면 본사방침이란다. 한마디로 `엿장수 마음`이라는 의미다. 이쯤 되면 한국 소비자는 `명품 식민지`다. 싫으면 사지 말고, 살거면 무조건 따르라는 고압적인 태도다.불친절도 이런 불친절이 없고, `갑을(甲乙)` 관계도 이런 갑을 관계가 없다.프라다까지 가격인상 대열에 합류하면서 올해 샤넬, 루이뷔통, 에르메스, 페라가모 등 대부분의 유럽 명품 브랜드의 제품 가격이 인상됐다. 최소 몇 백만 원부터 몇 천만 원하는 핸드백이 수십만 원씩 오르는 일은 일상다반사. 가격 인상의 근거도 부족하거나, 찾을 수 없다.  업체들은 국가별로 제품 가격을 맞추려는 본사의 가격 정책, 원재료값 인상 등을 그 이유로 들지만, 명확한 이유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는다. 본사 차원의 결정이고 소비자에게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에 말을 아낀다고 툭 내뱉는다.가격 정책은 더 가관이다. `오를 이유가 있으면 당연히 올리고, 오를 이유가 없으면 만들어서 올리겠다`는 심보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관세 인하, 환율 하락 등 가격 인하 요인을 반영해 가격을 내린 적이 없다. 환율이 오를 때는 이를 근거로 가격을 올리고, 환율 하락 시기에는 본사 정책 및 원재료·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들어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올해에는 `개별소비세`라는 허울 좋은 명분까지 생겼다. 올해부터 개정된 세법에 따라 수입신고 가격이나 출고가격이 200만 원이 넘는 고가 가방에 200만 원 초과분의 20% 만큼 개별소비세가 부과된다. 세금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했다는 게 업체의 주장이지만, 문제는 개별소비세 적용을 받지 않는 제품도 한꺼번에 가격 인상을 한다는 것이다. 너무 심한 `일방통행`에 불매운동 움직임이 나올 정도다.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얼마나 소비자를 호구 취급하면 공지도 없이 은근슬쩍 올리냐"며 "불매운동으로 본 때를 보여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폐쇄적인 유통구조도 콧대를 더욱 높게 만드는 요인이다. 수입 업체가 독점적인 유통구조를 갖고 있어 사실상 시장 경쟁이 없다. 눈치 보지 않고 가격을 맘대로 올리는 배경이다.이쯤 되면 한국 소비자가 너무 불쌍하다. 배짱을 부리는 행각을 보면 짜증만 난다. 말로는 불매운동이라도 벌이자고 하지만 명품쇼핑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는다. 한국 소비자가 애써 만들어준 `못된 버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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