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장관 자리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자리다. 교육 분야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화살이 교육부 장관으로 향해 자주 뭇매를 맞곤 한다.우리나라가 세계 최고로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고 열정이 많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이런 이유 탓일까? 역대 교육부 장관들은 다른 부처 장관들보다 유독 재임 기간이 짧았다.역대 교육 장관을 역임한 사람은 모두 52명, 이들의 평균 재임 기간은 고작 12.5개월 정도. 1년 남짓에 불과하다. 이 중 30개월 가까이 장수한 사람은 2대 백낙준, 20대 민관식, 25대 이규호 장관, 그리고 이명박 정부 시절 제3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밖에 없다. 이와는 반대로 교육 장관을 1년도 못한 경우는 20명에 이른다. 역대 장관 52명 중 절반 정도가 1년도 채우지 못했다. 이뿐 아니라 한 달 안에 중도 낙마한 장관도 4명이나 된다.제9대 윤택중 문교부 장관은 1961년 5월 3일 취임했지만, 5·16 군사쿠데타가 발생해 5월 19일 옷을 벗어야 했다.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8월 7일 취임한 제41대 송자 문교부 장관도 논문표절, 실권주 시세 차익 등의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자 20여 일 만에 사퇴했다.또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1월 5일 취임한 이기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임명되자마자 사외이사 겸직, 장남의 이중국적 문제 등의 의혹으로 임명 5일 만에 물러났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논란 끝에 통과해 2006년 7월 1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에 임명된 김병준 전 장관도 대학교수 시절 논문표절 의혹으로 임명된 지 17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청문회를 거친 후보자가 임명도 안 되고 중도에 낙마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것도 자진사퇴 형식이 아닌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하는 형태로 낙마했다.15일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자질에 대한 논란이 일었던 김명수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고 새 후보자로 새누리당 황우여 의원을 지명했다.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김명수 후보자는 결국 각종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고 32일 만에 낙마했다. 인사청문회까지 거친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고 임명철회를 한 것은 역대 교육부 장관 후보자 중 이번이 김 후보자가 처음이다. 이런 결과가 초래된 것은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 검증과 함께 김 후보자 스스로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을 해소는커녕 오히려 더 여론을 악화시켰기 때문이다.김 후보자는 9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논문표절, 제자논문 가로채기, 연구비 부당수령, 사교육업체 주식거래 등 각종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다.또한 5·16 군사쿠데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답변해 교육부 장관으로서 역사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특히 김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 내용을 파악하지 못해 수차례 ‘동문서답’,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교육철학·소통능력·정무능력 부재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했다.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그동안 제기된 의혹도 해소하지 못하고 자질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으며 오히려 부정적인 여론만 더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김명수 교원대 교수는 평소 교육학자로서 왕성한 학회 활동과 제자 교육에 헌신하는 모습으로 교육계에서 신망을 받았던 인물이다. 하지만 이제는 씻을 수 없는 상처와 불명예를 안았다.교육부 장관은 도덕성은 기본으로 갖춰야 한다. 여기에 전문성, 현장과의 소통 능력, 정무 감각 등이 두루 필요하다. 하지만 장관에 임명되어도 언제 목이 날아 갈지 모르는 게 교육부 장관 자리다.과거 사례를 보면 교육부 ‘장관(長官)’은 ‘단관(短官)’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또 교육 장관은 물론 공직자에 대한 국민 눈높이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자기관리에 소홀하고 흠결 있는 자는 공직 진출 꿈을 아예 버려야 한다. 그나저나 새로 지명된 황우여 의원은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을까? 누가 되든 이 나라 교육을 위해 교육부 장관은 `단관(短官)`보다는 `장관(長官)`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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