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파트관리 비리 주민들이 나서야 한다전 국민의 60% 이상이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시대다. 전국의 아파트 관리비만 해도 연간 10조 원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그럼에도 관리비 사용을 감시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입주자대표가 관리비를 마치 자신의 주머닛돈처럼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대구시도 예외가 아니어서 성서경찰서는 17일 회계장부를 조작해 아파트 관리비 수천만원을 빼돌린 전직 동대표 회장 배모(66)씨와 부회장 박모(62)씨를 업무상 횡령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경찰에 따르면 배씨 등은 지난 2009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 입주자 동대표 회장과 부회장을 맡으며 모두 15회에 걸쳐 관리비 79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허위 지출결의서를 작성해 아파트 관리비 통장에서 돈을 인출하는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이 과정에서 동대표 회장 부인 병문안 위로금, 동대표 회장 성과금 등의 명목으로 돈을 가져가거나 아무런 명목없이 돈을 자신들의 계좌로 송금하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범죄 사실을 시인했다"며 "횡령한 돈은 대부분 환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생각해 볼 것은 지난 2월 대구시가 300가구 이상 아파트 16곳을 특별감사해 184건의 비리를 적발한 점이다. 당시 사안이 중대한 4건은 수사의뢰하고 나머지는 해당 구·군에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을 요청했었다. 그런 전례가 있는데도 달서구의 이 아파트는 주민들의 관리비를 입주자 대표의 쌈짓돈쯤으로 여기고 멋대로 쓴 의혹이 드러난 것이다. 솜방망이 처벌이어서 단속효과가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볼 여지가 있다.관리비비리는 주민들이 회계관리에 잘 알지 못하거나 제대로 감시하지 않는 점을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 입주자 대표회의가 있지만 대개는 관리업체와 짝짜꿍이 되거나, 감시 능력이 없는 인물들로 구성돼 감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 아파트 관리비에 대한 민원이 끊이지 않아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조사를 벌이고 개선대책을 내놓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아파트 주민들 자신의 관심과 참여가 저조하면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행정기관이 이 기능을 수행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300가구 이하에 대해서도 정기감사를 시행하고 비위에 대해 처벌 수위를 높이는 등 아파트관리비 비리에 대해 강력한 척결의지를 보여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