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 15일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 조문객 대기 천막 일부를 철거했다. 합동분향소를 찾는 이들이 적어졌으니, 규모를 줄인다는 게 서울시의 논리다. 강풍이 불면 급조된 대기 천막이 날아가 사람을 덮쳐 `안전사고`가 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았다. 그동안 서울시는 희생자 대부분이 거주하는 경기도를 제외한 지방자치단체 중 세월호 참사 수습과정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참사의 현장에 다녀왔다. 무릎을 꿇고 세월호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는 모습은 언론을 대동한 가운데 펼친 연출이 아닌 까닭에 빛이 났다. 서울시 직원들이 합동분향소 일 때문에 업무가 가중돼 힘들다고 시설 일부라도 철거해야 한다고 하소연한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한 서울시 공무원이 광화문 광장서 국회 세월호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세월호 유족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한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를 합동분향소 때문에 시청광장에서 반드시 소화해야할 이런저런 행사가 줄줄이 미뤄지고, 심지어는 무산됐다는 얘기 역시 들린다. 사회적 분위기도 참사가 발생한지 석 달이 넘으면서 달라졌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갈 길 바쁜 우리사회가 발목을 잡혔다는 얘기가 이곳저곳에서 나온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뒤늦게 수긍하고 내각을 물갈이했던 박근혜 대통령조차 지난 14일 김무성 신임 새누리당 대표와의 오찬에서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다가 최근 세월호 사고 이후 다시 침체되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지만 세월호 참사가 경기회복의 걸림돌이라는 얘기로만 들렸다. 농성을 벌이는 안산 단원고 희생자 부모들을 겨냥해 `시체장사 한다`는 극언까지 온라인상에서 널리 회자되는 마당에 어떤 이들에게는 이런 얘기가 자연스러울 법도 하다. 합동분향소를 찾는 이들이 적어졌으니, 규모를 줄인다는 서울시의 논리가 틀린 소리가 아닐지 모른다. 납득하지 못할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합동분향소 대기 천막이 철거되던 때 참사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단원고 학생들이 백리길을 걸어 국회 앞까지 왔다가 부모들을 만나 울고 돌아갔다. `사고의 진실을 밝혀달라`는 게 부모·자식의 공통된 요구였다. 정부는 요지부동이고, 여야는 오는 7·30 재보선의 손익계산표에만 매달려 이 요구에 합당한 대답을 못 내놓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세월호 참사는 사회 주목도 순위에서 뒤처지고 말았다. 그게 현실이 되어 버렸다. 서울광장은 두말 할 나위 없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노출도가 큰 장소다. 사람이 적어져 대기 천막이 썰렁해졌다 하더라도 그 모습은 그대로 뒀어야 옳다.썰렁한 대기 천막은 불과 100일도 안 돼 세월호 참사를 외면하는 우리들의 부끄러움을 알몸뚱이 그대로 드러내는 거울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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