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그런 곳이 있느냐" 22일 찾은 대구 동구 도동의 한 마을, 이곳은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1호인 `대구 도동 측백나무 숲(옛 달성측백수림)`이 있는 곳이다. 하지만 대구시민들도 이곳에 천연기념물 1호인 측백나무 숲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했다. 실제 이날 숲을 찾아가는 길에 만난 시민들이 오히려 이렇게 되물었다.도동 측백나무 숲은 조선전기 문신인 서거정의 `달성 10경` 중 제6경 `북벽향림`으로 불릴 정도로 뛰어난 절경을 자랑했다고 한다. 마을 한쪽에 자리잡은 야트막한 산 절벽에 측백나무 수백여 그루가 자라고 있었다. 하지만 천연기념물 1호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측백나무 숲은 초라한 모습이다.측백나무들은 여름인데도 잎이 누렇게 변한 것도 있었고 듬성듬성 드러난 바위틈 위로 말라버려 형태만 남은 것들도 보인다. 숲 뒤로는 대구-포항고속도로가 나 있었다. 주차장과 숲 입구에 세워진 안내판마저 없었다면 이곳이 측백나무 숲이라는 사실을 알아 볼 수도 없는 형편이다.▣국내 최남단 분포…인근 고속도로 건설 뒤부터 개체수 급감도동 측백나무 숲은 국내에서 가장 최남단에 위치한 측백나무 군락지로 식물 분포학상 학술적 가치가 높아 1962년 천연기념물 1호로 지정됐다.이런 도동 측백나무 숲이 위기를 맞고 있다. 2008년 문화재청의 `제7차 식물분야 천연기념물 실태조사` 결과 2003년 1156그루였던 개체수가 2008년에는 700여 그루로 줄었다.마을 주민들과 환경단체, 전문가들은 지난 2004년 개통된 대구-포항 간 고속도로를 주된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8대째 이곳에 살아온 도동측백나무숲보존협의회 김지훈 사무국장은 "고속도로가 개통된 뒤부터 측백나무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차들이 오가면서 발생하는 타이어 분진과 소음, 미세한 진동이 측백나무의 생육을 방해한다"고 주장했다.경북대 임학과 박상준 교수는 "측백나무가 자라는 절벽 부위에 낙석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진동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잎이 갈색으로 변하는 황화현상도 대기오염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대구 동구청 문화관광과 김학준 주무관은 "기온상승으로 사과 재배지의 분포가 변하듯 도동 측백나무 숲의 개체수도 영향을 받은 것 같다"며 "고속도로 개통이 주된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관리는 잡목 제거 수준…단양은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대구 동구청은 매년 2000만원의 국고보조금을 들여 상시관리하고 있지만 측백나무의 성장에 방해되는 나무나 풀 등을 정리하는 `식생정비` 수준에 그치고 있다.상시관리 외에는 지난 2012년 문화재 주변 정비사업으로 문화재청에서 4억6000만원을 지원받아 인근에 전신주 지중화사업을 벌인 게 전부였다.올해도 학술연구와 주변정비 목적으로 6400만원을 추가 지원받았지만 측백나무 생육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업은 아예 없는 실정이다.반면 똑같이 측백나무를 천연기념물로 둔 충북 단양은 보다 체계적이다. 상시관리 예산은 2000만원으로 동일하지만 이 돈으로 나름 의미있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단양군청은 지난 5월부터 천연기념물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용역을 통해 `모니터링 시스템`을 실시하고 있다. 모니터링시스템에 투입되는 인원도 문화재청에서 주관하는 `문화재 수리기술자` 시험에 합격한 사람을 대상으로 선발했다. 모니터링 요원들은 5월부터 10월까지 총 6회에 걸쳐 측백나무 생육상태와 주변환경을 조사해 군청에 보고한다. 또 9월에는 나무별 건강상태도 점검한다. 단양군청 관계자는 "예전에 측백나무 관리가 소홀하다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됐다"며 "모니터링시스템을 도입한 뒤 매월 상세한 자료를 보고받아 측백나무 관리가 용이해졌다"고 밝혔다.대구 동구청도 지역 대학과 환경단체와 함께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도 못한 상태다.▣더 큰 위기 `4차 순환도로`…"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아야"이런 상황에서 도동 측백나무 숲은 최근 더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대구시내 외곽을 잇는 4차 순환도로가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올 하반기에 착공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4차 순환도로도 대구-포항고속도로와 마찬가지로 도동 측백나무 숲 인근을 지나게 된다.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조성래 사무관은 "새로 건설되는 4차 순환도로는 측백나무 숲으로부터 280m 떨어져 있고 한국도로공사와 함께 실시한 환경영향평가에서 전혀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내년에 1억원의 예산을 들여 개체수 감소의 원인과 주변환경에 대한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대구경북녹색연합 이재혁 운영위원장은 "이미 도로건설 허가를 내주고 여러 단체에서 반발하자 급히 대안을 내놓은 모습"이라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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