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회장의 시신을 발견하고도 40일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이를 파악하지 못한 것을 두고 수사력을 낭비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22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의 시신은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 송치재 별장으로부터 2.3㎞ 떨어진 매실밭에서 지문 채취가 불가능할 정도로 부패된 상태로 발견됐다.송치재 별장은 유 전 회장이 지난 5월 초 경기 지역을 빠져나간 뒤 같은달 25일까지 은신해 있었던 장소 중 하나로 지목된 곳이다. 발견 당시 변사체는 고가의 명품 옷과 신발을 신고 있었고 유 전 회장의 측근이 대표로 있는 한국제약에서 생산한 `ASA 스쿠알렌` 빈병 및 유 전 회장의 설교집 제목이 적혀있는 가방 등이 놓여져 있었다. 그러나 담당 경찰관은 변사체 사진과 유류품 목록 등을 사진의 형태로 첨부한 보고서를 검찰에 제출하면서 통상적인 변사 사건으로 여겼다. 이 보고서에는 "신원불상인 변사체가 발견됐고, 사인과 신원을 확인해 유족에게 인계하겠다"는 담당 경찰관의 의견이 제시돼 있을 뿐 유 전 회장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고서를 받은 순천지검 형사부 소속 담당 검사 역시 대수롭지 않은 변사 사건이라고 보고 통상적인 절차로 이 사건을 지휘했다.시신 훼손 상태가 심해 지문 채취가 어렵자 신원 확인을 위해 영장을 발부받아 뼈 조각 등에 대한 DNA 검사를 의뢰했다. 이 역시 일반적인 변사 사건으로 취급된 탓에 부장검사 전결로 진행, 상급자나 상부에 보고조차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경찰이 국과수에 의뢰한 DNA 검사도 중요 사건으로 분류되지 않았고, 이 사건이 특별히 우선순위에 올려지지 않아 장시간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런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던 대검은 전날까지만 해도 "유 전 회장의 꼬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검거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자신만만한 태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대검 관계자는 "담당 검사는 한달에 200여건 이상 일반민생 사건을 처리하는 형사부 검사로서 통상 하루에도 여러 건의 변사 사건을 처리한다"며 "(유 전 회장의 시신이라는 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일반적인 변사 사건으로 지휘한 것은 특별히 문제가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그러나 유 전 회장이 은신하고 있을 것으로 지목돼 대대적인 수색 작업이 벌어졌던 지역이었고, 은신처와 그리 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경찰의 초동 대처와 검찰의 지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유 전 회장 검거 작전에 총력을 기울여 온 검·경은 한 순간의 안일한 태도로 인해 한 달이 넘는 기간동안 수사력을 낭비하게 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유병언 수사와 변사체 발견·처리 과정이 총체적으로 부실했다고 판단한다"며 우형호 순천경찰서장을 직위해제하고 담당 경찰관 전원을 대상으로 감찰을 벌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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