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사망한 것으로 결론이 내려진 가운데 생전에 남긴 메모와 자서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22일 검찰 등에 따르면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유 전 회장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A4용지 크기의 31쪽 분량 메모를 법원에 증거물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와 관련, 한 시사주간지(`시사인`)가 공개한 메모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은 도피생활과 관련한 심경과 검찰 수사에 대한 원망, 언론 보도에 대한 반감, 유년시절 회고 등을 담았다.메모는 유 전 회장이 지난 5월 이후에 도피생활 중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며 유 전 회장의 개인비서로 알려진 신모씨가 보관하다 검찰에 압수된 것으로 알려졌다.메모는 거울을 보고 읽어야 해석이 가능하도록 거꾸로 썼으며, 이는 오대양 집단자살 사건과 별건으로 4년간 수감생활을 한 뒤 유 전 회장이 고수하는 스타일로 전해졌다.유 전 회장은 메모에서 "가녀리고 가냘픈 大(대)가 太(태)풍을 남자처럼 일으키지는 않았을 거야.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인 남자들이 저지른 바람일 거야. 과잉 충성스런 보필 방식일 거야.", "아무리 생각을 좋게 가지려 해도 뭔가 미심쩍은 크고 작은 의문들이 긴 꼬리 작은 꼬리에 여운이…."라고 썼다.유 전 회장은 대통령을 `大(대)`로 표현하고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을 산전수전 다 겪은 노인에 비유한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을 조롱하는 듯한 늬앙스도 풍겼다.유 전 회장은 "눈 감고 팔 벌려 요리조리 찾는다. 나 여기 선 줄 모르고 요리조리 찾는다"며 "기나긴 여름 향한 술래잡기가 시작되었다. 정말 정말 마음에 없는 잡기 놀이에 내가 나를 숨기는 비겁자같이 되었네"라는 내용을 메모에 남겼다.더불어 언론에 대한 불만도 직접적으로 표출했다. 그는 "하도 많은 거짓말들을 위시해서 미쳐 날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설쳐대는 거짓소리들을 내고, (…) 사나이와 여성 중간자쯤 보이는 방송 진행자의 의도적인 행태에 거짓소리 증인의 작태를 보고 시선과 청신경을 닫아버렸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또한 "연일 터져대는 방송들은 마녀사냥의 도를 넘어 구시대 인민재판의 영상매체로 진화되어 떠들어대는 민족 전체와 동포들 머문 세상의 큰 이간질을 해대는 악의적인 소리들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라고도 썼다. 이런 가운데 유 전 회장의 유류품인 회색 천 가방에서 발견된 옥중자서전 `꿈 같은 사랑`과 구원파가 발간하는 월간지 `글사랑`도 눈에 띈다.`꿈같은 사랑`은 유 회장이 오대양 사건으로 1991~1994년 교도소 복역시절 쓴 기독교 책으로 신도들에게 쓴 편지글을 구원파에서 따로 모아 2009년 책으로 발간됐다. 이 책은 구원파의 대표적인 설교집으로도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회장은 이 책에서 자신의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거나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고난을 극복하기 위한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병언 변사체 확인, 왜 늦어졌나 변사체를 발견한지 40일이 지나서야 유병언 전 회장의 시신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 경위에 대해 의문이 계속되고 있다. 22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의 시신은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 송치재 별장에서 2.3㎞ 떨어진 매실밭에서 지문 채취가 불가능할 정도로 부패된 상태로 발견됐다.이에 경찰은 신원불상인 변사체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통상적인 절차로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유전자 감정을 의뢰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은 변사체가 유 전 회장일 가능성을 전혀 염두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발견 장소가 유 전 회장의 인신처로 지목된 송치재 별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고, 유 전 회장 일가의 계열사에서 만든 제품과 고가의 명품이 발견된 점을 고려하면 검경의 안일한 태도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당시 경찰이 담당 검사에게 제출한 보고서에는 "신원불상인 변사체가 발견됐고, 사인과 신원을 확인해 유족에게 인계하겠다"며 일반적인 변사 사건과 같은 절차를 밟았다. 담당 검사 역시 같은 취지로 사건 지휘서를 내려보냈다. 통상적인 변사 사건은 부장검사 전결 사안으로 상급자인 차장검사나 지검장, 대검 유관부서 등에 일일이 보고하지 않기 때문에 검찰 수뇌부 조차 유 전 회장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전날까지만 해도 "꼬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검거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유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발부받았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담당 검사는 한달에 200여건 이상 일반 민생 사건을 처리하는 형사부 검사로서 하루에도 여러 건의 변사 사건을 처리하는 상황 등을 고려하면 사건 지휘에 특별히 문제가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결국 경찰이 국과수에 보낸 유전자 검사 의뢰도 중요 사건으로 분류되지 않아 특별히 우선순위에 올려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이 관계자는 "통상적인 변사사건의 유전자 검사에 걸리는 시간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중요 사건의 경우 우선순위에 올려놓고 검사를 빠르게 진행하는데 이번 경우는 그렇게 진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검·경의 정보공유가 원활하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됐지만 검찰은 "유 전 회장의 DNA라는 확실한 결과가 나온 직후 국과수에 DNA 정보를 제공했다"며 "검찰과 경찰 사이의 정보공유는 불만이 없을 정도로 100퍼센트 다 이뤄지고 있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