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6시30분 대구 동성로에 푸른 색 반팔 티셔츠를 입은 한 무리의 청소년들이 몰려왔다. 중구청 초청으로 온 중국 위해시 환취구 학생들이다. 그들에게 동성로는 ‘有意思(재미있는,의미있는)’한 곳 일까? 중국인 학생 손님을 초대한 주인장 중구청. 같은 시각에 첫 번째 이야기가 시작된다.‘2·28기념 중앙공원’ 앞 버스 정류장 주변, 한 무더기 쌓여있는 종량제 쓰레기봉투가 행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기자는 싱가포르·뉴욕 맨해튼·뉴질랜드 오클랜드 등 국제도시에서 결코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특히 싱가포르에서 ‘법에 의해(By Law)’란 문구는 엄격한 구속력을 갖는다. 법과 규칙이 예외 없이 적용되는 사회, 선진 시민의식 이것이 앞으로 중국 청소년들에게 들려줄 ‘대구 중구’의 이야기다. 교보문고 대구점 앞은 두 번째 이야기의 배경이 된다. 이곳에서부터 중앙네거리까지 택시들이 엿가락처럼 늘어져 있다. 교통 혼잡 구간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가끔이라도 인도를 질주하는 오토바이가 있는 한 배달민족의 ‘배달문화’는 결코 우스갯소리만은 아니다. 중구는 교통문화를 선도하는 중심구(中心區)로 거듭나야 한다. 세 번째 이야기의 주제는 ‘문화 상품권’이다. 현대사회는 문화가 물질에 종속되고, 인간이 상품에 지배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학생 손님들이 중구 근대골목·동성로·김광석길을 찾았다. 아쉽지만, 중구의 근대골목은 목포근대역사관, 목포근대문화유산 골목투어 등에 비하면 초라하다. 또 하나 중구의 근대골목 몇 곳은 푯말만 땡볕 아래서 지친 그림자만 길게 드리울 뿐 시멘트 건물로 변해있다. 서글프지만 이것이 중구문화의 현주소이다. 청춘들의 문화해방구인 뉴욕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 현란한 그라피티(graffiti,벽화)가 골목을 뒤덮고 빈티지풍 청춘들이 거리를 활보한다. 제주도 이중섭거리·이중섭거주지·이중섭미술관 등이 있어 관광과 교육이 융합되어 새로운 의미를 생산한다. 동일한 잣대로 평가할 수 없다. 그렇지만 밤에 방천시장에 가보라. 김광석의 노래가 무엇에 어떻게 점령당하고 있는지를 한번 보라. 문화가 환전가치로만 평가받고, 전시행정(展示行政)의 볼모로 잡히지 않기를 거듭 촉구한다. ‘대구 중구’가 격조 높은 문화관광도시라는 얘기를 그들에게 자신 있게 들려주어야 한다. 마지막 이야기를 들어보자. 키워드는 ‘금연공원’이다. 중구에는 `2.28기념 중앙공원’과 ‘경상감영공원’ 등이 있다. 전자엔 금연 플래카드가 곳곳에 있고 미흡하지만 계도도 한다. 그런데 후자는 사정이 다르다. 금연대상공원이 아니란다. 그렇지만 단체 청소년들과 외국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중구 골목투어 근대路의 여행 제1코스에 해당되기 때문. 낮엔 흡연으로, 밤엔 주취자의 고성방가로 ‘경상감영공원’은 몸살을 앓고 있다. 어르신과 젊은이들은 좋아하는 공원이 서로 다르다. 이는 매우 불편한 사실이다. 마주 볼 수 없는데 어찌 따뜻한 눈빛을 나눌 수 있겠는가. 지금이라도 이곳에 대해 운용의 묘를 살려야한다. 세대를 뛰어넘는 화합·소통·문화 창조·휴식·재충전의 공간으로 거듭나야한다. 변화의 약속을 학생 손님에게 전해야 한다. 대구 중구는 그야말로 대구의 중심구(中心區)이다. “군(君)다이 신(臣)다이 민(民)다이”라는 옛 노랫말이 있다.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백성은 백성답게 처신해야 한다. 관주도적인 문화 사업은 자칫 전시행정(展示行政)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중국 학생들에게 들려 줄 이야기’에서 중구의 미래를 그려본다. 쇼윈도의 물건만으론 더 이상 손님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수 없다. ‘전통과 창조의 융합 문화’를 발견·개발·수출해야 한다. 끝으로 중국은 ‘관시(關係)’를 중시하는 사회다. 그래서 한번 맺은 인연은 잘 놓지 않는다. 이미 문화 교류를 시작했으니, 의미 있는 결실을 맺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모두가 주인의식이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