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원정길에 오른 운동선수가 가장 많이 신경 쓰는 것 중 한 가지가 음식이다. 컨디션 조절을 위해 양을 조절하는 것은 차치하고, 일단 입맛에 맞아야 한다.제5회 세계여자청소년(18세 이하)핸드볼선수권대회에 출전 중인 한국대표팀도 마찬가지다.대회가 열리고 있는 마케도니아는 발칸반도 가운데에 있는 나라로 불가리아, 그리스, 알바니아 등에 둘러싸여 있다. 한국 사람의 입맛에 맞는 음식의 거의 없다고 보면 맞다. 전반적으로 짜다.선수단 호텔에서 제공하는 식단으로 끼니를 채우지만 식성 좋은 여고생들을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코칭스태프 중 유일한 여성인 이근미(39) 코치가 팔을 걷었다. 선수들이 먹고 싶다는 게 있으면 무엇이든지 뚝딱 해낸다. 엄마 같다.자신의 방 423호 테라스에 간이주방을 만들어 선수들을 위한 `엄마표` 음식을 요리해 선수단의 입맛을 돋게 했다. 열세 살 아들과 열 살 딸을 둔 엄마답게 정성이 가득하다. 이 코치는 한국에서 공수한 재료와 현지에서 조달한 것으로 등갈비 김치찌개, 골뱅이무침, 두루치기, 닭볶음탕, 순대볶음 등을 직접 요리했다. 재료를 사는데 든 비용만 110만원 이상이다.29일(한국시간) 일본과의 16강전을 앞두고서는 유부초밥과 부대찌개로 선수들의 기운을 끌어올렸다.이 코치의 요리 실력은 웬만한 요리사 못지 않다. 맛이 매우 좋다. 특히 간식으로 내놓은 골뱅이무침은 선수들이 가장 선호하는 메뉴 중 한 가지다.지난 26일 생일을 맞은 이하늘(17·황지정산고)을 위해서는 미역국까지 끓이는 정성을 보였다. 또 끼니마다 미리 챙긴 김치, 고추절임, 장조림, 젓갈, 김, 각종 통조림 등의 밑반찬을 접시에 꺼내 담는다. 이 코치는 "2011년부터 4년째 청소년 아이들과 대회에 나오고 있다"며 "아이들이 내가 해준 음식들을 맛있게 먹는다. 잘 먹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다"고 했다.음식만 잘하는 게 아니다. 현역 시절에 청주시청에서 뛴 이 코치는 홍정호(40), 이상은(39), 송미영(39) 등과 동기다. 현재는 마산양덕여중의 35연승을 이끌고 있어 탁월한 지도력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듣는다.이 코치에게 `엄마`라는 별명을 붙여준 김진수(59) 단장은 "마케도니아에서 골뱅이무침을 먹을 줄 누가 알았겠느냐"며 "한참 많이 먹을 선수들이 이 코치가 해주는 `엄마표` 음식으로 힘을 내고 있다"고 했다.오세일(47) 감독은 "이 코치가 음식 등 세세한 부분에서 많이 신경을 써줘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이 코치는 "아이들한테 `이기면 맛있는 것을 해 주겠다`고 했는데 계속 잘 먹고 힘을 냈으면 좋겠다. 무엇이든 해줄 준비가 됐으니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하는 마음이다"고 말했다.정성스러운 음식의 힘은 대단했다. 한국은 일본과의 16강전에서 42-34로 완승을 거뒀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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