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원내대표가 대통령에게 머리를 숙여 공개사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 지 하루 만에 “박근혜 대통령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사과에도 불구하고 연일 사퇴쪽으로 몰아가고 있다.유승민 원내대표는 26일 정책자문위원 위촉장 수여식 인사말 도중 사과문을 꺼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사과문이었다. 유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께서 국정을 헌신적으로 이끌어나가기 위해서 노력하고 계시는데 여당으로서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한 데 대해 송구한 마음 금할 길 없다”며 “대통령께서도 저희들에게 마음을 푸시고 마음을 열어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경제활성화법을 처리하지 않는다는 박 대통령의 비판에 대해서는 “국회 사정상 야당이 반대하면 꼼짝할 수 없는 현실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제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죄송’, ‘송구’, ‘거듭 죄송’ 등 세 차례에 걸쳐 사과했지만 ‘사퇴’에 대해서는 피해갔다. 유 원내대표의 사과로 당청 갈등은 봉합되지 않고 있다. 청와대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들이 유 원내대표에 대한 새누리당의 재신임 결정에 대해 “대통령 인식의 엄중함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여당이 대통령의 진정한 뜻을 다시한번 진지하게 곱씹어 봤으면 한다”는 등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심지어 한 청와대고위관계자는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지 않은 상태에선 (청와대가)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를 열 계획도 현재로선 없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사퇴하라는 의미다.결국 그동안 증세 논란이나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공론화 논란 당시 정부와 계속 다른 목소리를 내온 유 원내대표에 대해 반감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정부 최우선 국정과제인 경제 살리기, 일자리 창출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여당 원내대표가 엇박자 행보를 보인데 대한 불만이 여과 없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래서는 안 된다. 하지만 갈등의 종말은 타협이어야 하며 극단적인 선택이어서는 안 된다. 박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절반 이상 남아 있는데 당과 정면충돌하는 양상은 누구에도 득이 되지 않는다. 이쯤에서 봉합하는 고도의 정치적 기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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