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曹操. 155년-220년)가 여러 제후들을 연달아 격파하고 중국대륙의 대부분을 통일해 위나라가 세워질 수 있는 기틀을 닦은 뒤 죽자 조비(曹丕)가 권력을 승계한다. 뒷날 위(魏)의 문제(文帝)다. 조비는 권력을 상속받자마자 라이벌 제거에 착수한다. 조비는 늘 그 아우인 조식(曺植)의 문재(文才)를 시기하고 질투했다. 조식은 더 이상 형의 라이벌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거의 매일 폭음을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조비는 아예 구실을 만들어 아우를 없앨 궁리를 한다. 조식의 시를 흠모해 따르는 조정의 여러 대신들을 비롯해 전국의 문사(文士)들이 몰려들자 은근히 위기감을 느낀데 있다. 조비는 조식을 잡아오게 한다. 이때 조비의 가신들이 조식을 재빨리 죽이라고 하지만 조비는 조식에게 궁궐 벽에 그려진 두 마리의 소가 싸우는 그림을 가리키면서 “너는 영민하다 하여 아버지로부터 많은 총애를 받았다. 과연 그것이 맞는지 보겠다. 저 그림을 보고 즉흥시를 지어라. 단 7보(七步) 이내에 작문하되 절대 소(牛)와 싸운다(鬪)는 말은 넣지 마라. 만일 못 지으면 지금까지 네가 아버지에게 바친 시(詩)는 너 자신이 지은 것이 아니라 남의 시를 가지고 갖다 바쳐서 총애를 받은 것이니 살려 둘 수 없다. “자! 걸어라.” 조식은 주저 없이 한발, 두발 걸어간다. 그러나 단 한구절도 나오지 못한다. 이때 조비와 그의 가신들은 마음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네 발 째 ‘같이 가던 두개의 고기 덩어리, 머리에 뿔이 달렸네’ 라고 한다. 이때 조비는 속으로 그 ‘두 마리’를 조비와 조식을 나타낸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조식은 다섯 발 째 ‘서로 산 아래서 갑자기 부딪쳤도다’라고 하고, 여섯 발 째에 ‘두적(敵)이 다 강할 수 있나, 한 마리는 토굴 속에 쓰러지네’라고 하며 ‘힘이 달려서가 아니라 기운을 다 쏟 못 쏟게 함이로다’하고는 일곱 발 째 멈춰 선다.조비는 같은 핏줄에서 난 사이이지만 형제의 현 처지를 단 몇 마디의 어구로써 풍자한 동생의 재주에 감탄하고 조식을 살려 주려한다. 그러나 옆에 있던 가신들이 “저 그림은 선왕(조조)때부터 있던 그림이라 조식도 보고 미리 생각해 두었을 것이므로 조금 전의 시는 즉흥시가 아닌지도 모른다, 따라서 시제(詩題) 하나를 더 줘서 시험을 해 보아야 압니다” 라고 주장한다. 조비는 가신들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다시 조식에게 “너와 나는 형제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 서로 처지가 다르다. 어디 너와 나의 현 처지를 시(詩)로 지어 보아라. 일곱 발만에 짓되 형제라는 말은 절대 넣지 마라. 짓지 못하면 죽음이다. 자! 걸어라” 라고 명령했다. 조식은 성큼성큼 걸어가며 ‘콩깍지를 태워서 콩을 삶으니, 가마솥 안에 콩이 뜨거워서 우는구나, 본디 같은 뿌리에서 태어났건만, 어찌해 이다지도 급히 삶아 대는가’를 끝으로 일곱 발에 멈춰 선다. 그 시를 들은 조비의 두 눈에는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형제를 떠나 한 인간의 천재성에 경탄한다. 그 눈물은 자신의 행위에 대한 후회의 눈물이었다. 조식은 살아남아 제후로 봉해진다. 세인들은 위 두 편의 시를 일곱 발만에 나온 시라고 해 ‘칠보 시’라 했다. 요즘 여야 모두 내홍이 심하다. 정치의 근본인 타협과 양보가 실종되고 오로지 완승을 위해 상대를 완패시키려고 혈안이다. 특히 유승민 사태가 그렇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졸지에 배신자로 낙인 찍혀 친박계가 연일 사퇴하라며 공격 중이다. 6·25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를 국민이 심판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원내대표, 본래 동지적 관계가 아니었던가. 시대만 다를 뿐 칠보시 상황과 너무 닮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