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국민이 긴축안을 놓고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61.3%의 압도적인 반대표를 던지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소용돌이에 빨려 들었다. 이로써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의 버티기에 힘을 실어줬지만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와 유로존 이탈을 의미하는 그렉시트(Grexit)로 갈 수도 있다는 결과를 냈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채권단에 재협상을 요구하고, 양대 채권국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요청으로 유로존 긴급 정상회의를 열기로 했다지만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그리스 운명에 세계가 덩달아 요동치고 있다. 부채탕감이 뜻대로 안되면 유로존 탈퇴로 갈 수도 있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현실화한다면 유럽 각국이 그동안 추구해온 가치인 ‘어느 때보다 더 긴밀한 연합(ever-closer union)’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그리스의 그렉시트는 전체 유럽의 통합 움직임에 악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EU의 존재 이유가 약해지는 것이다. 이번 그리스 사태는 EU의 앞날마저 불투명하게 할 소지가 다분하다. 영국의 EU 탈퇴를 부채질할 개연성도 높다.그리스 사태의 불확실성 등으로 그제 코스피 하락률은 2012년 6월 4일 이후 가장 큰 2.4%나 폭락하는 등 한국 증시가 큰 타격을 입었다. 그리스가 전면적 인 디폴트(채무불이행)와 그렉시트의 길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급속도록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점은 더 큰 걱정거리다. 중국은 그제 기업공개를 줄이고 1200억위안(약 21조 6000억원)을 증시에 투자한다는 긴급 추가 증시부양책을 발표했다. 중국이 자국과 세계경제의 흐름에 대해 그만큼 위기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그리스의 몰락은 정치권의 무모한 선동이 나라의 미래를 망가뜨린 생생한 본보기다. 그리스 총리는 혹독한 재정·경제개혁을 통해서만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는 진실을 감춘 채 국민에게 반대표를 선동하는 위험한 선택을 했다. 그는 국민투표 직후 “민주주의의 승리”라며 활짝 웃었지만 장차 닥칠 엄청난 위기를 모르고 있다. 그리스는 장차 나침반도 없이 삼각파도 속으로 가고 있다. 그리스 사태는 남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 정치권은 지금도 공무원연금개혁을 잘못된 길로 오도하고 있다. 당장 눈앞의 이해득실에만 매달려 사학-군인연금 개혁에 반대하고 있지만 그리스사태를 보면서 반성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