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은 1년 중 가장 더운 기간으로 이를 ‘삼복더위`라 하는데 오늘이 그 초복(初伏)이다. 복날의 복은 ‘福(복의 복)’이 아닌 ‘伏(엎드릴 복)’이다. 伏은 사람(人)과 개 견(犬)자가 합쳐진 문자로, 사람 옆에 개가 엎드려 있다는 의미다. 복(伏)에 대해 조선시대 광해군 6년(1614년)에 이수광이 펴낸 한국 최초의 백과사전인 지봉유설에 보면 복날을 ‘양기(陽氣)에 눌려 음기(陰氣)가 바닥에 엎드려 있는 날’이라고 함으로써 사람들이 더위에 지쳐있을 때라고 했다. 예부터 복날 음식으로 인기를 끈 것은 보신탕, 삼계탕, 장어탕이었다. 특히 보신탕은 개장 또는 구탕(狗湯)이라고 하여 개고기를 재료로 했고 복중 보양식의 으뜸으로 쳤다. 동의보감 외형편에도 나오는 보신탕(補腎湯)이란 말은 한의학 용어로 ‘보’는 부족한 것을 채운다는 뜻이고, ‘신’은 콩팥을 뜻해 보신은 신장의 기운을 돋운다는 말이다. 오행으로 신(腎)은 수(水)에 해당되는데, 한 여름의 화기(火氣)를 이기려면 수기인 신장이 수극화(水克火)의 원리로 더위를 이길 수 있다고 했다. 동의보감과 본초강목에 개고기는 오장을 편하게 해 혈맥 조절과 허리, 무릎을 따뜻이 해 기력을 증진시키고, 양기를 일으킨다고 기록하고 있다. 개고기는 찬반논란을 떠나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로마, 북미, 아프리카, 남태평양 섬 등 많은 나라에서 식용을 하고 있으며, 스위스 동북부지역에서도 개고기로 만든 소시지와 훈제품을 먹어왔다는 것이 문헌으로 밝혀졌다. 중국 광동성의 황구를 재료로 한 요리인 ‘향육’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음식이다. 우리나라 개고기 식용은 고구려 벽화에 개를 잡는 장면을 근거로 해 그 때부터 식용을 한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중종31년 김안로가 개고기를 좋아해 아첨배들이 뇌물로 바쳤다고 하는 기록이 있다. 또 궁중에서도 해경궁 홍씨 회갑상에 오를 정도로 즐긴 음식이다. 재미있는 것은 영어에서도 우리의 복날에 해당하는 한창 더운 때를 ‘dog days’라 부른다는 사실이다. 영어에서 복날을 ‘dog days’라 부르는 것은 별자리와 관계가 있다. 큰개자리에 ‘리우스’라는 밝은 별이 있는데, 이 별이 삼복 때가 되면 태양과 함께 떠오른다. 서양 사람들은 이 별의 열기가 태양과 합쳐지기 때문에 특히 덥다고 해서 별자리 이름을 따 이 시기를 ‘dog days’라 부른다고 한다.복날이 되면 떠오르는 것이 보신탕 즉 개장이다. 복(伏)이라는 한자 자체가 사람(人) 옆에 개견(犬)이 있는 까닭에 복날에는 개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동양에서 개고기를 먹은 역사는 오래됐다. 하지만 특별히 복날 먹은 것은 중국의 춘추시대 무렵부터로 추정된다. 춘추시대 월나라에서는 출산장려책으로 남자아이를 낳으면 술 두 병에 개고기를 지급하고, 여자아이를 낳으면 돼지고기를 지급했다. 돼지고기보다 개고기를 더 귀하게 여겼다는 증거다. 주례(周禮)에도 제왕이 먹는 여섯 가지 고기 중에 말, 소, 양, 돼지, 닭과 함께 개고기가 포함돼 있다. 이처럼 고대에는 개가 고급 식용가축이었으나 요즘은 삼계탕이 대세이다. 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삼계탕집 앞 수십명씩 줄지어 서서 기다린다.이런 이야기도 있다. 어느 학인이 양개스님에게 물었다. “더위나 추위는 어떻게 피해야 합니까?” 스님이 답했다. “더위도 추위도 없는 곳으로 가거라.” “네?” “더울 때는 그대를 덥게 하고, 추울 때는 춥게 하라. 그러면 더위도 추위도 없다!” 이열치열의 역발상이 손끝에 잡히지 않는가. 다산 정약용의 ‘소서팔사(消暑八事)’를 본다. 1824년 여름에 쓴 시에 ‘8가지 피서방법’이 있다. 솔밭에서 활쏘기, 느티나무 그늘에서 그네타기, 빈 누각에서 투호놀이하기, 대자리 깔고 바둑두기, 연못의 연꽃 구경하기, 비오는 날 시짓기, 달밤에 탁족하기, 숲 속에서 매미소리 듣기가 그것이다. 가히 선경(仙境)이 연상된다. 삼복더위를 넘기는 것도 생각하기 나름이다. 열탕에 들어 앉아 “어허 시원타!”하듯이.